2015년 이후 출고 차량서 발견…흡입 시 폐 손상
경실련, "'안전운행 관련 없다' 판단한 국토부, 무상수리 권고만"

에바가루가 발견된 차량./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에바가루가 발견된 차량./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에바가루'란 자동차 에어컨의 표면처리 불량으로 알루미늄이 부식돼 만들어진 백색가루다. 눈에 보이는 크기의 입자부터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까지 다양하게 생성된다. 단기간 노출 시 폐 기능 저하, 장기간 노출 시 폐섬유증·기종·기흉·뇌병증 등을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또 수산화알루미늄은 발암성에 대한 의혹도 존재한다.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제작한 차량에서 발병한 '에바가루' 분출 현상에 대한 재조사와 제조사에 유리한 리콜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에바가루 분출 사태는 2018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다.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등 기존 모델은 물론 기아차 셀토스,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신차에서도 에바가루가 확인되면서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는 주장이 지속됐다. 

예를 들어 여름휴가를 맞아 아이와 함께 에어컨을 가동한 차를 타고 장시간 장거리 이동을 한 경우 차 내에 함께 한 운전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에바가루를 흡입했을 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해서다. 가습기 사태를 반면교사 삼는다면 끔찍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수많은 운전자들은 분노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글을 올리는 등 현대·기아차를 성토했지만, '리콜'을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6월 현대·기아차에 '무상수리 권고'로 사건을 마무리해서다. 

당시 강제 리콜 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결함을 브레이크나 조향장치 같은 부품의 문제로 제한해 법령을 적용했다. 에바가루 분출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라고 해석하지 않은 것이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현대·기아자동차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해법'까지 제공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 상의 무상수리는 법정 품질보증제도로 에바가루 사건과 같은 '결함의 시정'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또 국토부가 제조사에 무상수리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그러나 국토부는 에바가루 사태를 무상수리로 우회시켜 제조사의 부담을 최소화해줬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국토부에 추가 조치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무상수리 권고 후 6개월이 지난 2019년 12월에 비공개로 민간연구원에 '위해성 평가 용역'을 발주했고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답변을 경실련에 제공했다. 

이에 경실련은 해당 보고서를 입수해 위해환경물질 전문가 자문을 통해 평가 내용과 방법의 적정성 등을 검토했다. 결론은 '신뢰성 없음'으로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인 박동욱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는 “차량 공간은 쾌적해야 하는데 공정결함으로 인체에 해로운 금속먼지가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특정 시간, 특정 차량의 측정치로 해석하는 자체가 모순이며, 발생한 먼지 등으로도 차량 이용자의 불쾌감, 심리적 불안을 야기해 안전운행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바가루는 2015년 이후 출고된 현대·기아차 차량에서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쏘렌토, 스포티지, 니로, 투싼, 그랜저, 아반떼, 팰리세이드 등 거의 전 차종에서 발견됐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해 에바포레이터를 납품하는 '두원공조'의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경실련측은 "지금까지 관련 자료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에바가루 사건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자동차리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재검증을 실시하고, ‘위해성 없음‘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할 시 리콜 명령해야 한다. 또 관련 법상 자동차 결함 범위가 주무 부처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축소되지 않도록 안전결함의 정의를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