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움의 철학'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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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비움의 철학'이 필요할 때
  • 백혜진 기자
  • 승인 2020.10.1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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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해졌다. 계절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옷장 정리부터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옷장은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옷들이 가득 차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산 것인지 자책하면서 정리를 이어나갔다. 

1시간가량을 정리하다 보니 어깨, 허리 안쑤시는 곳이 없었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 처졌다. 문득 앞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하던 옷장 문을 닫고 마무리했다. 

미니멀라이프는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말한다. 미니멀라이프는 한마디로 '비움'이다. 비워야 또 다른 것을 품고 채울 수 있다는 어느 스님의 말이 불연듯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일주일이 지난 후 옷장은 또다시 다른 옷들로 점령당했다. 

옷장 뿐만 아니라 마음의 '비움'도 시작했다. 가치를 오롯이 '나'에게 두고자 했다. 단순하게 생활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 점점 소소한 행복(소확행)에도 가까워지는듯 했다. 물질에서 눈을 돌리니 정신적인 풍요가 찾아왔다. 과거의 것들을 하나둘 치우고 나니 꽉 찼던 공간이 넉넉해졌다. 

사람 관계에서 비움은 어떨까. 쭉 늘어선 여러 개의 카카오톡 단체방을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삼 무색해짐이 느껴진다. 생활의 비움은 물건뿐 아니라 관계이든, 사람이든 무리함으로부터의 탈출로 이어진다.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자 수가 줄어들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집단 감염 소식이 속출했다. 

특히 종교시설의 방역수칙 위반으로 인한 집단감염이 다시금 발생해 충격을 안겨줬다. 

경북 상주시 산중에 위치한 한 종교시설 연수원에서 수백 명이 참석한 1박 2일 종교행사가 비밀리에 열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방역당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종교행사가 열린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돼 실내 50인 이상 행사가 금지되던 때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선 실내 50인 이상·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잠시동안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 '비움'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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