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 2차 확산세 심상찮은 가운데 이곳 프랑스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바로 '통금령'이다. 이번 통금령은 수도 파리가 포함된 일드프랑스와 함께 리옹, 루앙, 툴루즈, 릴 등 8개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 말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하루 2만 명 대를 기록하자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직접 공중파 TV에 출연해 통금령을 발표했다. 통금은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이어진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외출이 금지된다. 어길 시 135유로, 우리 돈 약 18 만원이 벌금으로 책정된다. 반복해 어길 시 벌금 1500유로, 한화 약 200만원을 내야 한다. 통금령은 이번 주 토요일 자정부터 적용된다.

프랑스는 락다운을 시행하기 직전인 지난봄보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이번에는 락다운을 선택하지 않았다. 특히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개방하는 등 그 조치가 락다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락다운을 다시 한다면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사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어느 곳 보다 큰 프랑스에서 락다운에 대한 반감은 꽤 깊다. 락다운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방안이지만 적지 않은 프랑스인들은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더 이상의 억압은 어떤 후폭풍을 야기할지 모를 일이다. 또한 한차례 겪은 락다운으로 국고 손실이 컸던 터라 경제적으로도 두 번째 락다운은 프랑스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앞서 파리와 남프랑스 등 위험 지역의 모든 술집에 대해 2주 동안 영업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통금령은 무려 4주 동안 계속된다. 이후에도 확진자가 줄지 않으면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공언했다. 이렇게 대통령이 겁을 주듯 공표하는 이유는 프랑스인들이 그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나 여럿이 모이는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20~30대 젊은 층에서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과 같은 공공시설에서는 7명 이상 모임이 금지돼 다수가 함께 있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집과 같은 개인 공간에서는 이를 제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술집이 영업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알코올을 판매할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것이 현실이다. 찬바람이 부는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파리지앙들은 늦은 시간까지 테라스에서 여느 때와 같은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요일(15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3만621명으로 다시 한번 신기록을 경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변 카페는 마지막 수아레(Soirée, 파티)를 즐기려는 파리지앙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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