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생계형 일자리 지원 '불용' 
사회 관계망 회복 지원·전문성 살린 일자리 확보 필요

사진 = 뉴스1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8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합모집'행사에서 어르신들이 취업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뉴스1

1인 가구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뚜렷한 변화는 없다. 정부도 중장기 방향성만 설정했을 뿐, 예년과 크게 다른 대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변화 속도를 정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우리나라는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소득수준,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독거노인 돌봄 문제가 드러났고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층의 빈곤화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화두가 됐다.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신중년(50·60세대), 특히 이혼, 사별, 비혼 등으로 혼자만의 삶을 사는 이들이 사회적 단절을 겪으면서 심리적 상실감을 겪고 있다. 또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이들의 경우 소득절벽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중년을 위한 맞춤 정책이 요구된다. 

신중년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일까. 이들의 요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신중년의 경제활동 실태와 향후과제' 보고서를 통해 50·60세대의 평균 퇴직 연령과 희망 퇴직 연령을 알아봤다. 자료를 보면 50~60대 신중년층의 평균 퇴직 연령은 50.5세다. 그러나 근로활동에 참여 중인 신중년의 희망 퇴직 연령은 평균 69.2세다. 현실과 20년 가까운 차이가 난다.

특히 50대의 경우 89.3%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소득공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82개사를 대상으로 정년제도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년제도를 운영하는 기업(151개사)에서 정년까지 일한 직원 비율은 평균 32%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신중년의 정년을 연장 및 보장할 것을 기업에 주문하기도 어렵다. 정년 연장은 곧 신규채용 감소와 연결돼 고용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해서다. 

일자리, 소득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계망 회복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신중년층 1인 가구는 가족 간 관계가 약화하는 시기이며 퇴직 이후 사회적 관계 역시 느슨해진다. 이는 자괴감, 우울감 등으로 발전해 심리적으로 사회에 단절되게 된다. 이에 신중년층의 사회활동을 강화해줄 대책이 필요하다. 운동·문화 동호회 등 취미생활을 지원하거나 평생교육원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해 인생 3모작을 지원해야 한다. 또 그간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재취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신중년층의 행복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19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귀하는 어제 어느 정도 행복하셨습니까'란 질문에 60대의 행복도는 6.2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장 행복도가 높은 연령층은 30대(6.7점)다. 

우리나라는 노년기로 접어들수록 행복도가 낮아지는 성향을 보인다. 이는 곧 고령층에 대한 복지 부족과 노년기에 대한 사전준비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초고령화시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신호다. 

이에 정부는 근래 들어 신중년 관련 정책을 선보이며 인생 3모작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9회계연도 결산 5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와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회계연도 결산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조치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사회공헌활동지원 및 경력형 일자리’ 사업(추경 기준 259억원)은 전혀 취지를 살리지 못 한 체 혈세만 소비했다. 사업 결산 결과 경로당 안마서비스·운영지원, 1인 가구 안부확인, 가사정리 등에 사업비를 탕진했다. 이는 신중년의 경력과 무관한 단기 일자리다. 노년을 준비하는 데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신중년에게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원금을 주는 일차원적인 대책은 초고령화시대를 대비해야하는 현 정부가 펼칠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삶의 질을 바꾸고, 인적 자원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길용환 서울시 관악구의회 의장은 "중장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우리가 흔히 고독사 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계층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이분들의 비율 역시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복지사업 체계가 아직 주로 고령의 어르신이나 저소득층 위주로 짜여 있는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연령과 성별을 고려하여 주거, 일자리, 안전, 사회적 관계망 회복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아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신중년 일자리 정책은 재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노동시장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단순하고 일회적인 성격의 일자리나 생계형 일자리 창출에서 나아가 특수한 기술과 지식, 이들의 노하우, 과거 경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그리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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