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독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증가함에 따라 유쾌하지 않은 뉴스가 전해졌다. 독일에서 다시 햄스터 구매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햄스터 구매는 입안에 많은 식량을 비축해 두는 햄스터의 습성에서 따온 용어로 그 명칭은 언뜻 귀엽게 들리지만 그 알맹이는 사재기와 같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비상식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으며 벌써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파스타나 화장지가 품절되었다는 다양한 보도가 전해졌다. 

지난 3월 독일에서 록다운(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지고 많은 이들의 햄스터 구매로 인해 휴지 품절 대란이 발생하였을 때 휴지를 구할 수 없어 좌절했던 악몽 같은 시간이 떠올랐다. 여섯 곳의 슈퍼마켓에서 빈 선반만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찌나 현실을 원망했는지, 남아 있는 휴지를 얼마나 근검절약하며 사용했는지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외곽지역의 슈퍼마켓에서 마지막 남은 휴지를 집어 들었을 때 느꼈던 안도감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뉴스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 자는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기에 연방 농무부 장관은 독일 일간지 FAZ 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물품 공급망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으며 많은 매체들도 앞다투어 햄스터 구매의 불필요함을 함께 전했다. 

독일 할인마트 체인 알디(Aldi)와 리들(Lidl) 측에서도 다시 휴지를 포함한 몇몇 제품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 사실이나 지난 몇 달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활한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수요 변동을 매우 면밀히 관찰했다며 안정된 공급망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세를 늦추기 위한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독일에서도 10월 들어 여러 가지 강화된 규제조치들이 발표되었다. 독일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숙박 금지 규제뿐만 아니라 베를린에서 지난 10일부터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술 판매가 금지되었고 바이에른 주 베르흐테스가데너 (Berchtesgadener) 지역에서는 20일부터 약 2주간 록다운이 진행되는 등 독일도 각 연방주별 방역 조치도 눈에 띈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지난주 메르켈 총리도 비디오 연설을 통해 불필요한 여행이나 행사는 자제할 것과 가능한 집에 머무르기를 권고했다.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여행을 모두 취소하게 되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휴지를 찾아 여러 곳의 슈퍼마켓을 기웃거리는 일을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에 더욱 크게 안도하고 마는 필자의 얄팍한 마음에 실소가 지어지는 10월의 어느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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