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2020년을 바꾸어 놨다. 확산 초기에는 중국 혹은 일부 국가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산 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언택트 (Untact)’이다. 직접 대면하거나 소통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언택트가 어느덧 우리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확산 전부터 언택트에 대한 니즈는 존재하였는데, 특히 1인 가구들의 언택트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혼자 활동하고, 여행하고, 밥을 먹는 ‘적극적인 솔로족’이 늘고 있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맞추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어떠한 방해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언택트 서비스를 원한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1인 가구 전용 레스토랑이 이러한 1인 가구의 니즈를 포착하고 전면 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1인 고객 전용 불고기 전문점인 ‘야키니쿠 라이크’의 인기가 높다. 혼자서 먹고 마시는 것에 익숙한 일본의 솔로족에게도 불고기 식당은 혼자 들어가기 쉬운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넓은 테이블에 2~4인용 좌석을 마련하고 있어 혼자서 넓은 좌석을 차지하는 것이 민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고기를 구워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1인 가구의 부담감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야키니쿠 라이크’는 마치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설치된 1인용 좌석에서 3분 이내로 요리가 제공되는 점, 다양한 부위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호평을 얻고 있다. 2018년 8월에 1호점을 오픈 후 현재 일본 국내에 32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성 고객들의 방문율도 높은데, 여태까지 여자 혼자서는 먹기 힘들었던 불고기를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야키니쿠 라이크’가 최근 적극적으로 무인화에 나서고 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무인으로 즉, 언택트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일손 부족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회적 과제이다. 특히 외식업은 오래전부터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무인화를 통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1인 고객 중 점원과의 접촉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점원이 직접 주문을 받으면 소량만 주문하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점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다. 

야키니쿠 라이크의 모든 1인용 좌석에는 터치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고객은 터치 패널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는 셀프 계산대에서 진행한다. 점원과의 접촉은 손님이 가게를 들어선 직후, 좌석을 안내해주면서 터치 패널 및 셀프 계산대의 사용법을 설명하는 단 한 번뿐이다. 이후 고객은 터치 패널을 이용해 고기를 주문하고, 패널에 “화로의 불을 켜주세요”와 같은 안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과 소통한다. 고기도 직접 고객이 카운터로 가서 픽업한다.
 
야키니쿠 라이크가 셀프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1인 고객의 불만을 줄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햄버거 체인점처럼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음식을 받아서 자리로 이동하는 프로세스도 검토하였으나 이러한 방법은 고객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만약 직원의 대응이 빠르지 않으면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러한 불편함을 겪으면 고객은 가게를 다시 방문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야키니쿠 라이크는 각자의 테이블에서 주문이 가능하도록 단말기를 설치했다. 

셀프 시스템 도입 후 야키니쿠 라이크는 48석의 홀을 직원 혼자서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아졌다. 한편 “내 페이스대로 편하게 불고기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보이며 1인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일손 부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1인 가구를 심리적으로 편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방문 고객 수가 늘었다. 고객이 체류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회전율이 높아졌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회식과 외식이 줄어들고 외식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야키니쿠 라이크는 매출 목표액을 110% 초과 달성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의 확산과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1인 가구를 주된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언택트 방식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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