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헤퍼블릭 광장을 지나던 필자는 수천 명이 집결한 광경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면서 급기야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진 파리에서 집회라니. 자세히 보니 테러를 당한 중학교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행금지령으로 파리 전체 분위기가 위축됐지만 지난 18일 파리 중심에 위치한 헤퍼블릭 광장은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 16일 귀가 중 테러를 당한 파리 외곽의 중학교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Samuel Paty)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대혁명의 상징인 ‘마리안’ 동상이 있는 헤퍼블릭 광장은 프랑스 집회의 성지로 불린다. 중요한 집회는 모두 이곳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은 ‘Je suis enseignante, Je suis prof’(나는 교사입니다), ‘Je suis Samuel’(나는 사뮈엘입니다) 라고 적힌 펫말을 들고 나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낀 채 프랑스 3대 정신 중 하나인 ‘Liberté’(자유)를 외쳤다.

프랑스는 지난 21일 사뮈엘 교사 장례를 국가 추도식으로 거행하고 그의 마지막 길에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헌정했다. 추도식엔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장 카스텍스 총리, 안 이달고 파리시장,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날엔 그를 기리고자 에펠탑 또한 불을 밝히지 않았다.

사뮈엘 선생님은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수업 중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면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평소에도 수위 높은 만평으로 유명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였다. 지난 2015년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비난하며 극단주의자들이 자행한 총격으로 샤를리 에브도 저널리스트 등 12명이 희생된 테러가 배경이었다. 사뮈엘 선생님은 만평을 보여주기 전 이슬람 학생들에게 기분이 나쁠 수 있으니 교실을 잠시 나가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실에 남았던 이슬람 학생이 이를 휴대폰으로 찍어 부모님에게 보여줬고 학부모는 이에 반발하며 영상과 함께 사뮈엘 선생님의 신상을 적어 SNS에 공개했다. 이를 접한 무슬림 난민 청년 압둘라 안조로프는 테러를 단행했고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살해됐다. 압둘라는 올해 초부터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그의 부모님은 압둘라가 테러단체 가입을 위해 시리아에 갈까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잊을만하면 다시 등장해 프랑스 사회를 경악하게 만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다인종, 다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프랑스 사회에서 인종, 종교 문제로 인한 갈등은 오랜시간 계속되어왔다. 특히 무슬림 이민자들이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 평균에 비해 교육수준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불만을 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접해 지하디스트가 되거나 이번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특히 파리에서 히잡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미국 조사기관에 의하면(프랑스에서는 종교와 인종을 나눠 실시하는 조사가 금지되어 있다) 프랑스 사회 무슬림은 500만 명을 넘는다. 이는 프랑스 전체 인구의 약 9%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지난 2010년 부터 공공장소에서 니캅과 같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범죄자들의 복장과 비슷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무슬림은 탄압 정책이라며 반발이 심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무슬림 인구의 추세를 보면 30년 후 프랑스 인구의 약 20%가 무슬림이 될 것 이라고 전망한다. 이슬람과 프랑스 문화 간 ‘문화 전쟁’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선 프랑스 사회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무슬림 역시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