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부스스 눈을 떠 핸드폰 속 시간을 확인해 보니 게으름을 피우며 느긋하게 일어나야 하는 주말에 맞지 않는 이른 시각이었다. 한숨만 더 자볼까 하던 찰나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서머타임 해제. 지난 25일 서머타임이 해제로 인해 새벽 3시가 2시로 바뀌어 시간이 늘어났던 것이다. 

일광절약 시간제라고도 불리는 서머타임제는 그 이름처럼 낮시간이 긴 여름철의 자연 일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여름철의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이다. 이는 연료 및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 1차 세계대전에 도입되어 2차 대전 이후 폐지되었으나 독일에서 1981년에 재게 되었으며 유럽연합에서 996년부터 일괄적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이미 알다시피 유럽의 서머타임제도 과거로 남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2019년 유럽 의회는 그해 서머타임을 폐기하자는 안을 논의했으나 회원국들의 준비 등을 이유로 인해 당초 논의되었던 것보다 2년 늦춰진 2021년 4월 공식 폐지를 결정하였고 이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을 기점으로 유럽 연합 회원국들은 서머타임제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나 각 회원국이 일괄적으로 서머타임제를 폐지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머타임 폐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시간 변경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생체리듬 변경으로 인해 의료 비용이 증가하고 일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쳐 업무 효율이 떨어지게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를 뒷받침할 많은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독일 수면 의학 협회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간 변경이 많은 사람들의 수면 리듬을 방해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으며 한 건강 보험 회사는 한 조사에서 독일인 약 4 명 중 1 명 (26 %)이 시간 변경 후 건강 또는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일찍이 유럽 국가에서 서머타임제를 도입하게 된 이유인 에너지 절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며 에너지가 풍족한 현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인 제도라는 지적 등이 폐지안에 힘을 실어주었다. 

다시금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며 지난여름 도둑맞은 한 시간을 돌려받은 듯한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 될까? 더 소란스러운 일이 많은 현재 서머타임 폐지 여부로 인해 떠들썩했던 지난 일상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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