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2차 대유행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자 프랑스는 결국 국가 봉쇄령을 선포했다. 지난주부터 2만 명 대를 기록하던 신규 확진자가 갑자기 급상승하더니 하루 확진자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프랑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최고치로 다른 유럽과 비교해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어제(29일)는 4만 7637명을 기록했다.

불과 2주 전 파리, 리옹, 릴 등 코로나바이러스 최고 경계 등급으로 지정된 지역들을 대상으로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던 프랑스. 당시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2주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새로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를 앞두고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기존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내려진 통행금지령을 저녁 7시로 앞당기고 금, 토, 일 주말에만 봉쇄령이 내려질 것이란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번 국가 봉쇄령은 마지막까지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 등 정부에서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그만큼 이번 봉쇄령이 프랑스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봉쇄령은 지난 1차 때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카페, 식당, 바, 박물관, 영화관, 공연장, 운동시설 등 필수 영업이 아닌 곳은 문을 닫아야 하지만 필수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판매하는 영업점은 문을 닫지 않아도 된다. 예로 슈퍼, 빵집, 통신사 대리점, 안경점 등은 영업을 유지한다. 학교 역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문을 열고 교실 수업을 이어간다. 외출을 위해서는 이동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필수품 구매, 출근, 운동, 아이들 등하교를 위한 외출, 반려견 산책 등은 이동증명서 소지 하에 허용된다. 이를 어길 시 벌금 135유로(한화 약 18만원)이 부과된다.

2차 봉쇄령 첫날인 오늘 생필품 구매를 위해 집을 나섰다. 거리에는 이미 한차례 봉쇄령을 겪은 탓에 많이 익숙해진 프랑스인들이 많이 보였다. 카페나 식당의 경우 포장 판매과 배달을 전제로 영업을 하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전자제품 전문점도 문을 열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저녁부터 영업 금지라는 정부 지침이 발표됐다. 꽃집 역시 문을 열어 지난봄과는 다르게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이번 주 일요일까지만 영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방침이 나왔다.

평일 오후인데도 마트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1차 봉쇄령 때와는 달리 마트 입장 필수 절차인 손소독제와 타인과의 거리유지가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휴지와 파스타 등이 품절된 ‘마트 대란’이 일어난 파리의 상황을 SNS로 확인해 걱정이 됐다. 그러나 우리 동네는 여전히 휴지와 파스타, 쌀 등이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 카톨릭 최대의 날인 노엘(Noël, 성탄절)을 지켜야 한다. 종교가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프랑스인들에게 성탄절은 부모님 댁에 방문해 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주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만약 성탄절에도 지금처럼 확산세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된다면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봉쇄령은 지난 1차 때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12월 1일까지 봉쇄령을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 BFM TV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5%만이 정부가 발표한 날까지만 봉쇄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봉쇄령이 적어도 6주는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그만큼 지금 프랑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물러설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EU를 제외한 국경까지 닫으며 초강수를 둔 이번 봉쇄령이 효과를 보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