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HMR 진출 1인 가구 건전한 식생활 '위협'
서정숙 영남대 교수 "나트륨 섭취량 1인 가구 가장 높아"

사진 = 1코노미뉴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식육가공품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이 급증한 결과다. 

식육가공품은 햄류, 소시지류, 베이컨류, 건조저장육류, 양념육류, 식육추출가공품, 식육함유가공품 등을 말한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식육가공품'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식육가공품 생산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5조6139억원으로 2015년(4조3000억원) 이후 3년간 29.0%나 증가했다. 

품목별 생산량을 보면 1인 가구 증가 영향이 나타난다. 가정간편식(HMR) 제품의 다양화로 2018년 기준 양념육류(10.5%), 소시지류(5.8%), 건조조장육류(3.3%), 식육함유가공품(28.9%) 생산액이 증가한 반면, 햄류(-10.0%), 식육추출가공품(-22.5%), 베이컨류(-11.7%)의 생산량은 줄었다.

구체적으로 햄류 생산 감소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HMR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찬으로 만들기 위해 조리 과정이 필요해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소시지의 경우 생산 규모가 급증했다. 

육포로 대표되는 건조저장육류는 별다른 조리 없이 곧바로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혼술' 문화에 부합, 수요가 늘었다. 양념육류는 대폭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 '혼밥족' 확산 등으로 소포장 제품이 다량 출시된 결과다. 

이렇다 보니 식품업계의 HMR 진출이 늘고 있다. CJ제일제당, 동원F&B, 풀무원, 한국야쿠르트 등은 기존 제품군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중소기업들도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이달에도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이달 프리미엄 PB 간편식 제품군을 7종으로 확대했다. 동원홈푸드는 지난달 비비드 키친과 비비드 팜을 내놨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점, 품질의 상향 등은 긍정적이지만, 1인 가구의 건전한 식생활은 더욱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1인 가구의 사회서비스 수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다인(多人) 가구보다 정신·신체 건강 상태가 취약하다. 

'가구원 대부분이 건강상에 문제가 있다'는 질문에 응답자 중 중장년 1인 가구의 2.09%가 '그렇다'고 답했고 노년 1인 가구는 6.52%가 청년은 0%가 '긍정'했다. 반면 다인 가구는 중장년은 0.26%, 청년 0.25%, 노년은 2.03%만 '그렇다'고 답했다. '일부 가구 구성원에 의료적 치료 또는 돌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1인 가구는 청년 1.65%, 중장년 10.99%, 노년 23.19%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인 가구는 청년 2.01%, 중장년 7.00%, 노년 17.20%가 '그렇다'고 말했다. 노년 1인 가구의 경우 건강 이상에 대해 다인 가구보다 무려 3배나 넘게 나타난 것이다. 

1인 가구의 건강상태가 다인 가구보다 취약한 대표적인 원인은 식생활 불균형이다. 인스턴트 음식, 나트륨 함량이 높은 배달음식 등에 의존하면서 장기간 고른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건강상태가 나빠지게 된 것이다.

서정숙 영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국민건강영양조사(2013년-2014년) 자료에 근거한 가구원수별 구성원의 영양상태 및 대사증후군 유병률 평가 결과 1인 가구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37.2%로, 세 그룹 중 최고였다"며 "혈압을 높이고 위암·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나트륨 섭취량이 1인 가구가 가장 높았다. 낮은 영양의 질, 칼로리 섭취 중심의 식생활, 짜게 먹는 습관 등이 관련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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