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연구원
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연구원

코로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가 되면서 더욱 개인화되고 개별화된 우리의 일상 가운데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단절, 경제적 손실,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 외부활동 제약에 따른 무기력감과 스트레스 등이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코로나 우울이라고도 불리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 현상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본래 인간(人間) 개념의 유래가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듯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존재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적 유행은 이러한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거스르고 서로를 억지로 떼어놓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고립감, 외로움, 취약성, 대처능력 저하 등의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책안전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자살예상 상담전화(1393) 상담건수는 작년 월 9000여 건 수준에 비해 올해는 월별 1만 7000건 수준으로 약 78% 이상 증가했다.

인류는 언제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처능력을 발휘하며 상황에 적응해왔다. 코로나 19 유행이라는 새로운 위기 또한 화이자 백신 등의 연이은 성공을 통해서도 희망적으로 예측되듯 멀지 않은 미래에 극복되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불안, 소통의 단절로 인한 고립, 우울 등의 확산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심리·사회적 문제들은 해결이 시급하다. 

1인 가구는 코로나 시기에 심리적 건강이 더욱 취약한 집단이다. 집 밖에서의 사회적 활동이 아니면 타인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가지고 있던 외로움과 우울, 불안감이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더욱 증폭된다. 정부와 지자체에는 이렇듯 코로나 시기에 고립되기 쉬운 1인 가구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 1인 가구가 급증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1인 가구가 비대면 상황에서도 소통하고 서로 심리사회적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에서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1인 가구를 위해 마련한 1인 가구 영화제가 좋은 예이다. 1인 가구 영화제는 기존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행사였지만 이번 행사는 영화 상영 강사의 영화에 대한 소개부터 영화감상, 이후 토론과 소감 나누는 순서까지 모든 진행과정이 ZOOM으로 열렸다는 점이 다르다.

경기도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코로나 19로 인한 단절감과 소외감, 불안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 함께 나눔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비대면 채널에서의 서로 간의 연결(contact)을 통해 코로나 우울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1인 가구가 주로 머무는 공간에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방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는 코로나 19 유행 동안 심리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1인 가구를 위해 ‘내 집에서 힐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시리즈 중 하나인 ‘내 집에서 힐링하기 원예편’을 보면 식물번식 전반에 대한 강의, 화분이나 케이크 등 간단한 결과물 만들기, 결과물 선물하기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힐링 방법을 비대면 방식을 통해 공유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선물함으로써 또 다른 비대면 연결(contact), 즉 관계 맺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위에서 예로 든 프로그램들은 코로나 19 유행 시기에 1인 가구의 취약점을 포착하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1인 가구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홀로 사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 가능하고 어우러지는 비대면 관계 맺기 방법이 계속해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 맺기의 질에 내실이 더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도 여전히 서로 깊고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계속될 것이다. 실현 가능한 호모컨택트를 향한 노력, 정(情)에 살고 정(情)에 죽는 한국인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솥밥 먹으면 가족이나 다름없이 끈끈해지는, 우리(We)에 목숨 거는 한국인들은 국내에서와 국제무대에서 외국인들과의 호모컨택트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많은 질문과 도전이 주어지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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