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언제 다시 예전과 같은 우리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더욱 어려워진 요즘. 소셜 네트워크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전에 누렸던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하늘길이 자유롭지 못하고 해외여행 이후에는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등 제약이 뒤따르면서 자유 여행에 대한 갈망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고조되고 있다.

많은 이들의 꿈을 영상으로 대신 실현시켜주듯 올가을 넷플렉스에서는 ‘에밀리 인 파리’를 선보였다. 오리지널 시리즈인 ‘에밀리 인 파리(Emily in Paris/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던 여성 에밀리가 회사의 권유로 갑자기 프랑스 파리로 발령받으면서 펼쳐지는 싱글 라이프를 유쾌하게 펼쳐낸 로맨틱 코미디다.

불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에밀리는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꿈의 도시 파리에 정착한다. 미국인으로서 프랑스 직장 문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지만 셰프인 멋진 이웃 남성과 우연히 알게 된 파리지엔느 친구의 도움으로 꿋꿋하게 헤쳐나간다. 7회까지 이어지는 에피소드에는 에밀리의 일상을 통해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파리, 누구나 꿈꾸는 ‘파리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침에 동네 빵집에서 갓 구운 크로와상을 먹고,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주말에는 센강을 따라 조깅하는 등 그야말로 외국인이 꿈꾸는 파리지앙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아무리 이사 다녀도 찾기 힘든 훈남 이웃까지. ‘에밀리 인 파리’는 여행에 목말라 있던 전 세계인들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대리 만족’ 시켜주며 공개와 동시에 단숨에 넷플렉스 인기 콘텐츠에 등극했다.

그러나 진짜 파리지앙들에게 에밀리의 삶은 판타지나 다름없다. 파리에서의 삶이라고 마냥 로맨틱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서 그것도 여성 혼자 파리에서 지내는 삶이 녹녹지 않다는 것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리도 사람 사는 곳이다. 도시가 아름답다고 해서 그곳에서 사는 모든 이들의 인생도 그럴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파리에선 해당 시리즈에 대해 ‘에밀리는 파리 지하철에는 악취로 인해 얼씬도 못할 것이다’, ‘파리에서 에밀리처럼 뾰족구두만 고집하다가는 발목이 나갈 것이다’ ,‘소매치기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에밀리의 삶은 허구다’, ‘모든 파리지앙은 파워 인플루언서여야 한다’ 등 우스갯소리들이 많다.

주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느지막이 시리즈를 완주했다. 해당 시리즈에 나온 파리의 모습은 사실이다.

그러나 에밀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외국인 여성으로서 이야기에 공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현실을 외면한 채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과대 포장으로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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