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사진 = 픽사베이

#.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의 집 앞을 서성이다가 도주해 경찰이 이 남성을 추적 중이다.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날 새벽 해당 여성의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눌렀다.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에 귀를 대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보는 등 무단 침입을 시도했다. 남성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여성이 경찰에 바로 신고했지만 남성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모습을 감췄다. 

#.전북 전주에서는 전 여자친구의 집 근처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20대 A씨가 구속됐다. A씨는 범행 전에도 수차례 피해 여성을 찾아가거나 연락을 취하는 등 스토킹 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앙심을 품은 A씨는 유튜브 등에서 폭발물 제조 기술을 습득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현재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 남성은 외로움·건강이 주를 이룬 데 반해 여성은 경제와 안전이 걱정거리였다. 

구체적으로 20대 여성 1인 가구의 33.1%가 안전을 걱정했고, 30대는 34.9%, 40대 25.1%, 50대 25.6%가 안전을 우려했다.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에서 안전에 대한 걱정이 전년 대비 심화됐다. 

사회적으로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와 안전 대책 요구가 증가한 데 반해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서울 신림동에서 조모씨가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다가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조씨는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무단 침입 시도를 하는 범죄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여성 1인 가구는 309만4000으로 2010년 대비 1.4배 증가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주거침입 강간 및 성범죄 건수는 2016년 324건, 2017년 305건, 2018년 301건으로 매년 300건대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성 1인 가구가 느끼는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 여성범죄예방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여성안전정책 대부분이 CCTV 확대나 '주거안심키트' 지원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보급률이 현저히 낮아서다. 

한 범죄심리 전문가는 "혼자 사는 여성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무단 침입 등의 범죄가 '전조 현상'이 없어서다"라며 "한국은 주거 침입 정도로는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성범죄와 연관해도 미수에 그칠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결국 법적 처벌 강화와 CCTV 확충, 경찰과 연계한 안전 환경 조성 등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CCTV 설치 등 방범설비의 범죄예방 효과가 입증되면서 여성 1인 가구 주거 안전을 위한 방범설비 지원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는 23개 시·군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설치를 완료, 현재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절도 80건, 폭력 75건 등 388건의 범죄를 즉시 해결했다.

특히 CCTV 통합관제센터는 모니터링 중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발견할 경우 관할 경찰서 112종합상황실로 즉시 연락, 실시간 상황을 전달한다. 예상 가능 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포항에서는 지난달 17일 귀가 중인 여성을 폭행하고 성추행하는 것을 발견, 즉시 112신고를 해 피해 여성을 구조했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경북경찰청은 내년 중 486대의 CCTV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노후 CCTV를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신림동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뒤쫓아 주거침입을 시도한 남성의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5월 서울 신림동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뒤쫓아 주거침입을 시도한 남성의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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