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칼럼]'굿바이 싱글'에서 찾은 새로운 사회적 가족
상태바
[정재훈 칼럼]'굿바이 싱글'에서 찾은 새로운 사회적 가족
  • 정재훈
  • 승인 2020.11.19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김혜수가 사고를 쳤다. 역시 대단한 배우다. 영화 한편을 통해 ‘사회적 가족’이 무엇인지 매우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굿바이 싱글(2016)」이다. 영화는 또한 1인 가구 중심으로만 구성한 ‘사회적 가족’의 의미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굿바이 싱글」은 싱글 인기배우 주연(김혜수), 주연의 매니저이면서 사고 뒷수습 담당인 평구(마동석), 임신 사실을 아는 순간 남자친구는 도망가고 혼자 낙태와 출산 사이에서 고민하는 단지(김현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도희야」와 「미쓰백」처럼 사회적 가족의 형성 과정이 폭력피해아동을 중심으로 ‘어둡게’ 전개되고 있다면, 「굿바이 싱글」은 낙태ㆍ임신ㆍ출산을 소재로 한 한국사회의 편견을 유쾌하게 넘어가면서 사회적 가족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조례(이하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조례’」 3조 3에서 “사회적 가족이란 혈연이나 혼인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취사, 취침 등 생계를 함께 유지하는 형태의 공동체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혈연, 혼인 외에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과정은 다양하다. 취사와 취침을 포함한 공동 생계유지의 모습도 하나의 그림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사회적 가족을 이루는 경로, 사회적 가족의 형태가 다양할 수 있다. 사회적 가족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1인 가구의 삶과 형태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굿바이 싱글」은 1인 가구에만 한정되지 않는 1인 가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인 가구, 한부모가족, 부모-자녀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삶이 모여 구성하는 사회적 가족의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전달하는 사회적 가족의 모습은 이렇다. 

「사회적 가족 = 1인 가구 + 한부모가족 + 부모ㆍ자녀가족 + ...」

1인 가구로서 주연, 싱글맘 단지와 아이, 평구의 (부모ㆍ자녀)가족이 모여 하나의 사회적 가족을 형성한다. 여기에 김대표(김용건)까지 낀 사람들이 모여 주연이 차린 식사를 함께 먹는 마지막 장면은 최근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사업 중 하나로 한창 확대되고 있는 ‘소셜 다이닝(Social-Dining)’을 연상케도 한다. 소셜 다이닝 단어가 생소할 수 있게지만,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조례 3조 6에 “소셜 다이닝(Social-Dining)이란 1인가구들이 모여서 취사와 식사를 함께 하는 활동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주연 배우 생활만을 해온 1인 가구 여성 주연에게 낙태와 출산 사이에서 혼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10대 단지의 상황은 인기배우로서 거듭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하다. 한 가족의 아빠(가장)로서 고군부투하면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평구는 고마운 친구이지만, 결국 내 뒤치닥거리를 해주는 노동자(매니저)일 뿐이다. 그렇게 인기와 돈만 쫓던 생활에 균열이 생기면서 주연은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자신이 다시 한번 누릴 수 있는 물적 풍요의 기회를 포기하고 단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직접 맞서는 순간 주연은 다시 인생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된다. 처벌의 위험에 떨면서 낙태를 고민하는 과정의 고통을 단지는 혼자만 감당해야 한다. 막상 아이를 낳으면 부도덕하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10대 미혼모‘ 단지의 이러한 상황에 공감하고 들어가는 순간 주연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조례‘가 갖는 의미가 있다. 최근 다양한 삶의 한 형태로서 1인 가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또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조례에 근거한 사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1인 가구 외 다른 형태의 삶, 다른 형태의 가족과의 구분이 자연스럽게 된다. 따라서 1인 가구의 삶을 여러 다양한 사회적 교류 가능성으로부터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례에 근거한 1인가구 소셜 다이닝 사업에는 1인 가구만 참가 대상이 된다. 구분이 단절이 될 수 있다.

반면 영화는 1인 가구로서 주연이 중심이 된 또 다른 소셜 다이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굿바이 싱글」은 1인가구의 삶이 1인 가구끼리만 모여서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삶의 형태, 가족의 형태와 어울릴 수 있을 때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질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사회적 가족은 1인 가구만으로 구성된 가족이 아님을 영화 「굿바이 싱글」은 보여준다. ‘싱글’이면서도 나 혼자만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함께 하는 순간 주연은 인생의 진짜 ‘주연’으로 거듭난다.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조례’가 「굿바이 싱글」에게서 배워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