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전세난 사태를 만든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일 전세난 대책을 발표했다. 무려 24번째 부동산대책이다. 수도권에 공공임대 11만4000가구를 투입해 전세수급 불안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공공임대 공급 계획에 숫자를 조금 더하고, 호텔, 상가, 공장까지 개조해서 공공임대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모른 체하는 것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최근 전세난에 서울 외곽에서 경기도로 밀려난 전세난민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텔방 공공전세가 국민의 꿈이고 희망인가"라며 "국민세금으로 호텔방에 공공전세를 주는 게 무슨 대책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불편해도 참고 견뎌라, 시간을 갖고 기다려달라니, 지금이라도 국민이 왜 절망하고 무엇을 희망하는지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더 황당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식이다. 김현미 장관은 "전세난을 겪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전세난이 가구 분화, 1인 가구의 아파트 전세 선호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당함을 넘어 무지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파트 전세 선호는 1인 가구를 넘어 전 세입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현시점에서 대부분 다인 가구다. 

통계청의 가구별 주거 점유 형태만 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중 임대아파트 거주자를 제외하면 혼자 아파트에 사는 전세 세입자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이전에도 동일한 현상이며, 최근의 전세난에 영향을 줄 수준이 아니다. 

또 집주인이 전세금을 갑자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올려달라고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이를 올려주며 전셋집을 유지할 수 있는 1인 가구가 얼마나 될까. 

최근 전세난은 보유세 등 세금 증가 상황, 2년 전보다 수억원씩 치솟은 집값, 계약 만료 시점의 전세를 재계약할 경우 향후 4년간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위 상황에서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않을 집주인이 있을까? 예를 들어 전세 시세가 2억원에서 5억원으로 뛰었고, 향후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느 누가 보증금을 올리지 않을까. 

집주인을 욕할 수도 없다. 자신의 재산을 불리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최소한 전월세신고제 시스템이라도 갖춘 후에 임대차 3법을 시행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집주인이 실거주를 주장하며 세입자를 쫓아낼 때 이를 검증할 방안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부동산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국토부 장관은 섣부른 정책 실패에 따른 전세난을 마치 1인 가구 등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고 포장했다. 

전체 가구의 30%에 달하는 1인 가구. 약자가 아니다. 정책 실패를 덮을 핑곗거리는 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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