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공개한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오픈한 '안암생활'. 김 장관은 "호텔 리모델링 현장에 가보신 적 있냐. 가보면 청년에게 힘이 되는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암생활은 도시형생활주택을 관광호텔로 전환했다가 이번에 다시 임대주택으로 개조한 건물이다. 주변 시세의 45% 수준인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27~35만원, 관리비 6만원에 나왔다. 복층형과 일반형 원룸으로 구성돼 있어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김현미 장관의 의도와 달리 안암생활 공개 후 악평이 쏟아졌다. 안암생활이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소개된 탓이다. 떡하니 월세 주택을 내놓고 전세라 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전세와 월세도 구별 못하냐는 비난도 나온다. 

또 보증금이 저렴한 것은 맞지만 월세 30~40만원 수준이면 주방과 화장실을 포함해 오롯이 독립 생활이 가능한 원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안암생활은 상대적으로 넓은 주거 공간을 갖췄다. 내부에 주방과 세탁공간이 없어서다. 간단한 음식이라도 해 먹으려면 지하 2층 공유주방을 이용해야 한다. 빨래도 공유세탁실을 써야 한다. 사실상 공유주택이다. 

정부가 공유주택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주택을 짓고 월세를 전세라 부르며 '혼란'을 야기한 꼴이다. 

심지어 정부가 말하는 '호텔전세' 공급량은 1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만 130만가구다. 부동산 대책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공급량이 턱없이 적다. 

이는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1인 가구'를 핑계로 삼은 정부가, 대책거리로 공급을 앞둔 '안암생활'을 끼워 넣고, '호텔전세'라 포장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행위를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 한다. 부패권력에서나 나올법한 행위다. 정부가 부디 혹세무민하지 말고 개과자신(改過自新)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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