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엠마뉴엘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3단계에 걸쳐 락다운을 서서히 해제하겠다고 발표하자 대부분 프랑스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그 주 토요일부터 20km 내외에서 무려 3시간 동안 외출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 각지의 프랑스인들은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단행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정부의 대응이나 락다운으로 인한 거부 시위가 아니었다. 현재 프랑스는 ‘la loi sécurité golbale’(포괄적 보안법)이 뜨거운 감자다. 앞서 해당 법안이 하원에 상정돼 투표가 진행되던 지난달 17일, 국회의사당 앞에는 수천명의 시위자들이 모여 집회를 한차례 벌였다. 당시 대부분 시위자들은 취재기자, 사진기자 등 언론인들이었다.

포괄적 보안법은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사진을 유포할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 4만 5천유로(한화 약 6천만원)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는 법안이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들을 테러나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면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결국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

이후 언론인들은 에펠탑 앞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다시한번 모였다. 필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했다. 그리 큰 규모의 집회가 아니었지만 경찰들은 무장을 한 상태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경찰들의 폭력적인 모습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살수차까지 등장했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 후, 조금 더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게 된 첫날인 지난달 28일 파리 중심 헤퍼블릭 광장에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움집했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집회는 법원에서 허가된 합법 집회였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법원에서 집회를 허가해 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해당 법안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경찰 너희 뭐하니?’ 라는 팻말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다’라는 팻말도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함께 나온 친구들과 연인, 가족과 함께 행진을 이어갔다. 필자의 프랑스 친구들 역시 시위에 참여했다. ‘자유’에 반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전국적인 시위 참가자 규모는 주최측 추산으로 55만명이다. 경찰 추산은 13만 3천명. 시위 며칠 전 경찰들이 흑인 남성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상을 보니 수치스럽다”라면서 장문의 글을 SNS에 공개했지만 법안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안은 상원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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