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삼성화재 GA매니저입니다. 자녀가 어려서,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고자 GA매니저 일을 시작했습니다. 기본급 150만원 정도 되는 월급을 받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기에 2년간 뼈가 으스러지게 일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4월 당당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습니다. 그런데 단 8개월 만에 남편이 갑작스럽게 중증환자가 됐습니다. 이후 병간호를 위해 육아휴직을 냈고 지난달 회사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이틀 후까지 강제 전직 또는 강제 해고 후 위촉직 전환을 선택해서 서류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라 복직 후 정년이 보장되니 내가 벌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선택이 없다는 회사의 말을 듣고, 무기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전직을 받아들였습니다. 회사는 이후 제게 근무지 배치 우선순위평가에서 밀린다며 출근거리 2시간 전후의 장소로 직무를 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또 육아휴직 후 복직 시 집 근처에 희망근무직무가 없으면 위촉직으로 가야하고 그때는 위로금도 못 받는다고 했습니다.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 실상은 한 가지를 고를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결국 저는 위촉직에 서명을 해야 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삼성화재에서 GA매니저 직급 폐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함부로 자를 수 없는 회사가 자발적 퇴직을 유도해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주장이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GA매니저 직급 폐지는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보장성보험에 대해 가입 후 첫해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계액을 납입보험료 이내로 제한하면서 결정된 사안이다. 

사측은 "내년부터 수수료 규정이 1200% 이하 지급으로 변하면 실급여가 줄게 돼 GA매니저를 위해 직무전환 또는 위촉직 설계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GA매니저들의 말은 달랐다. 지난 3일 열린 공청회에서 사연을 밝힌 위 GA매니저와 같이 대부분 위촉직 설계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란 것이다. 

GA매니저는 육아·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경력단절여성이 대부분이고 이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기 때문이다. 

노조는 직무전환 선택자의 새 근무지를 집에서 2시간여 떨어진 곳으로 배치하면 지각 등으로 근무태도 불량이 생기고 알아서 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위촉직 설계사로 전환시키면 특수고용직이기에 회사는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무기계약직 정리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훈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의견 수렴이라는 형식적 공청회로 명분만 강화한 후 현직을 무기직신분으로 하고 싶다는 매니저들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고 다른 직무 일부를 몇 개 추가해 수용을 강요하려 한다"며 "오는 15일 전에 강제 전직 인사발령을 강행하려 한다. 노조는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 임금교섭에 이 안건을 추가해 사측에 요구하고 미수용 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것이며 이후 합법적 파업 수순을 밟겠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삼성화재는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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