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연중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국민 인식이 변화했고, 산업·경제 트렌드 역시 급변했다. 특히 사회·복지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 회복에 집중하면서 1인 가구 대책은 뒷전으로 밀렸고, 저소득 1인 가구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를 정면으로 맞았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1코노미뉴스]가 1인 가구를 웃고 울린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아봤다. - 편집자 주

◇코로나19 여파…고용충격·심리불안·복지공백 등  

올해 최대 이슈는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다. 경제·사회 곳곳에 파고든 코로나19 여파는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저소득 1인 가구에 충격을 줬다. 

고용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생계형 일자리마저 잃게 되면서 저소득 1인 가구의 삶이 위협받았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올 1~10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누적 3400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9만4000명이나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1월을 제외하고 매달 취업자 수가 줄었다. 특히 대유행 시기마다 감소 폭이 커져 4분기에도 심각한 취업자 수는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취업자 감소가 대부분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에게서 발생했다. 유동성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임시·일용직 채용을 줄인 여파다. 1인 가구 연소득이 2116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36.3% 수준(2018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1인 가구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셈이다. 

코로나19는 1인 가구의 생활 행태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중에서도 사회관계망 약화로 인한 심리적 우울감을 키웠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는 외부 활동을 급격히 줄였다. 가족·친인척 방문, 극장·공연 관람, 지인모임, 취미활동 등이다. 1인 가구는 혼자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고 자기 개발에 충실해 다인 가구 대비 여가활동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1인 가구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4.2시간으로 전체 인구 대비 1.2배 높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사회적 관계망 약화를 겪었다. 

홀몸어르신의 삶 역시 위협받았다. 코로나19 감염증에 고령층이 더 취약해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부와 단절을 택하거나, 자원봉사자 감소로 인한 복지서비스 누수, 생활관리사 지원 중단으로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등 각종 부작용이 드러났다. 

◇눈 깜짝할 새 수억원 오른 전세…정부, 1인 가구에 책임전가

올해는 부동산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했다. 집값이 1년 사이 수억원씩 오르는 진풍경이 나왔다. 서울은 물론 GTX를 비롯해 교통호재를 품은 수도권 전 지역에서 집값이 치솟았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10억원 이하를 찾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집값 폭등은 전세난과 연결된다.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따라 올랐거나,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값을 밀어 올렸거나, 어찌 됐든 전셋값이 치솟았다.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에 심각한 주거불안을 초래했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주거형태는 단독주택(45.4%)과 다세대·연립주택(11.1%)이다. 단독주택은 다가구단독주택과 영업겸용단독주택을 포함한다. 이른바 '원룸'이 대부분이다.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흔히 말하는 '빌라'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발생한 전세난이 자칫 다세대·다가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부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이 1만5762건으로 전월 대비 8.4%나 감소했다. 반대로 매매는 증가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갭투자'까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1인 가구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처럼 주거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인 가구 증가가 전세 수요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목해 1인 가구의 공분을 샀다. 

채용 게시판 앞 고개를 떨군 청년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뉴스1
채용 게시판 앞 고개를 떨군 청년의 모습./사진=뉴스1

◇청년 자살률 '경고등' 

올해는 장기간 이어진 취업난과 경제적 빈곤에 코로나19 확산이 더해지면서 청년 자살 문제가 부각됐다. 저소득 청년 1인 가구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상태란 지적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비교 대상 국가들 최상위 수준이다. OECD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다. 전체 자살률은 인구 십만명당 26.9건, 20·30대는 각각 19.2건, 26.9건에 달한다. 

자살률은 취업난과 상관관계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일자리 편견과 청년 자살 예방'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9년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20·30대) 173명 중 32.9%는 실업상태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실업 상태인 경우 극단적 선택과 연관되는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청년층이 심각한 취업·실업난을 겪었다. 이에 청년 1인 가구의 '코로나 블루'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의뢰해 작성한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청년층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경고가 담겼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26.8%나 '그렇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가 삶을 위협한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1인 가구 응답자의 59.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청년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 지자체 모두 이를 쉬쉬하고 있다"며 "청년층이 느끼는 우울감과 무력감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혼산·혼캠·언택트…자연스러워진 '나혼산'

올해 여가생활의 핵심은 '혼자놀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른바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혼자놀기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또 혼자 캠핑, 등산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혼자놀기 비법을 공유하는 다양한 SNS 활동이 펼쳐졌고, 일부 지자체는 이러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집콕생활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리, 인테리어, 목공예 등 교육 강좌는 온라인 화상회의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변화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함께하는 것이 불편했던 1인 가구에게 오히려 다양한 강좌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캠핑, 등산 등 아웃도어시장은 코로나19로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혼캠(혼자 즐기는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캠핑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여기에 '차박(차+숙박)' 열풍으로 캠핑카와 관련 제품 역시 인기를 끌었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젊은층 사이에서 혼자 등산 후 SNS로 공유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등산용품 판매도 급증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셀프인테리어도 주목받았다. 원룸이란 좁은 공간을 소품과 가구배치 등의 변화를 통해 쾌적하고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팁이 등장했고, SNS 등을 통해 사례를 공유하는 '랜선 집들이' 등이 인기를 끌었다.

◇1인 가구 잡아라…산업계 '1인용' 출시 봇물

올해도 1인 가구 급증에 맞춘 산업계의 '1인용' 제품 출시가 잇따랐다. 특히 올해는 전자제품을 넘어 식음료까지 다양한 1인용 제품이 나왔다. 

한국피자헛은 1인 피자를 선보였고 롯데리아는 1인혼닭세트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오뚜기는 가정간편식으로 1인용 오뚜기 우노 피자를 판매했다. 최근 삼립호빵은 1인용 찜기인 호찜이와 호빵세트를 내놨다. 미니수박 등 1인용 과일과 1인용 빙수 등 디저트 역시 1인용이 대세였다. 심지어 김장시즌에는 1인용 김장키트까지 나왔다.

배달음식도 달라졌다. 대부분 2인분 이상 주문 시에만 배달이 가능해 1인 가구의 경우 먹지도 못할 양을 주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올해는 1인분 메뉴가 크게 늘었다.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 음식배달앱에서 1인분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식당가 분위기도 변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에 '혼밥'이 자연스러워졌다. 한 칸 띄어 앉기를 실천하거나 칸막이가 설치한 테이블을 둔 곳이 늘어서다. 손님과 식당 주인 모두에게 부담이었던 혼밥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식생활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