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연구원
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연구원

지난 11월 26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 시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향후 5년(2021~2025년) 동안 우리 사회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에 따른 변화에 대응할 국가의 중장기정책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시안을 발표하는 자리로 국민 누구나 참여가능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2018년 말 발표된 제3차 저출산기본계획 수정안과 이어서 발표된 이번 제4차 저출산기본계획은 단순 목표치를 제시하는데서 벗어나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기획되고 발표되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출산율 제고와 노인빈곤율 저하라는 두 가지 주요 목표하에 연관 세부목표들을 제시하고 각 목표별로 구체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수치와 달성과제를 제시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특정 수치를 높이고 낮추는데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통해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은 비단 가임여성과 그 배우자, 더 나아가 청년세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부모세대, 자녀세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자녀를 낳아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손주를 돌보아줄 수 있는 건강하고 여유 있는 양가 부모님, 혹은 믿을만한 지인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지는 자녀출산에 상당히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청년세대는 그 선배세대, 혹은 부모세대의 상황과 톱니바퀴처럼 연관되어 있다. 사회의 경제구조와 문화적 특성의 영향도 적지 않다.

가사분담에 대한 성별 인식 차이, 직장 내 육아휴직 등 여성과 남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이 보다 평등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출산율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데 일정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발상은 청년세대가 결혼하여 자녀를 양육하는데 드는 사회문화적 부담감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로 관련된 생애주기별 세대와 집단의 전반적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세워지는 정책적 그림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런데 새로 만들어지는 주요 인구 관련 정책 기조에서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영역이 있다. 전 세대에 걸쳐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들 세대에서 하나의 사회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집단, 바로 홀로 가구를 형성해 살아가는 1인 가구이다.

1인 가구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요 가구 형태일 뿐만 아니라 그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집단이다.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래에 동거 혹은 결혼을 통해 다인 가구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지, 만약 다인 가구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데도 홀로 살고 있다면 어떤 장벽으로 인해 계속 1인 가구로 남아 있는지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정책 간 연관성과 실현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1인 가구는 대체로 자신들의 ‘혼삶(홀로 영위하는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로서의 삶에 대체로 만족하는 경우가 전체 조사대상자의 58.4%로(표본 3,000명) 나타났다.

앞으로도 홀로 살고자 하는 경향성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다. 그렇다면 출산율 제고라는 목표가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1인 가구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무엇인지, 1인 가구 집단 내 건강이나 경제적 여건, 사회적 네트워크 등에서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여 취약집단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결혼과 출산, 육아를 원하면서도 홀로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면 원인과 지원방향은 무엇인지 정확한 근거파악과 실효성 있는 정책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실태조사와 지원방안마련은 1인 가구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 인구정책의 성패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앞서 올해 6월 25일 정부의 1인 가구 중장기 정책 방향 및 대응방안 발표 안에는 생애주기에 따른 1인 가구의 필요와 욕구 파악 및 지원계획과 이를 위한 1인 가구 실태조사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태조사가 체계적으로 서울시 뿐만 아니라 중소도시, 농촌까지 전 지자체로 확대되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1인 가구 정책은 단순히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수에 대응하여 1인 가구 보편집단을 대상으로 도움이 될만한 지원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1인 가구의 다양성과 편차를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청년과 중장년 1인 가구 대책은 서울시를 중심으로 주로 이루어지고 고령자 1인 가구 대책은 주로 농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인 가구의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인구이동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농어촌 인구소멸 등에 대한 대책도 지역 간 연계하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확한 1인 가구 실태조사와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기획이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 하의 정책과 효과적으로 연계되고 전 생애주기 단계별 1인 가구 집단과 다른 집단과의 연관성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이루어질 때 1인 가구 삶의 질 제고는 물론이고 저출산 정책의 효율성까지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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