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중심의 사회구조 변화가 가파르다. 경제·산업은 물론 정부 정책도 1인 가구를 주목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중심이 될 1인 가구. 올해는 그들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그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연말기획으로 다양한 숫자를 통해 바라 본 1인 가구 뉴스를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나혼산' 600만 가구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중이 올해 처음으로 600만 가구를 돌파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낸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98만 7000가구(전체 중 29.8%)였던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올해 기준 617만 가구로, 처음으로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 중 비중으로는 30.2%다. 30%를 넘은 것도 처음이다. 이는 1인 가구가 우리나라 가구의 주된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 통계 수치로 해석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추계로 보면 1인 가구는 해마다 약 15만 가구씩 늘어날 전망이다.

62.8% 혼삶 만족

성인 10명 중 3명이 혼자 산다. 나 홀로 사는 사람들 가운데 젊은 층일수록 자발적인 1인 가구가 많다. 자발적인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도가 크다는 소리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달 1인 가구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1인 가구 만족도는 연령별로 조금씩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62.8%는 계속해서 1인 가구로 남기를 원했다. 다인 가구보다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 재정상태 만족도, 사회생활 행복도, 자신의 건강상태 만족도는 40대부터, 직업 만족도는 50대부터 1인 가구의 만족도 폭이 크게 감소했다. 

1인 가구라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생활(73.1%), 나 자신을 위한 투자·지출 가능(31.1%), 효율적인 시간 활용(30.3%)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족이나 친지와 갈등이 줄었고(19%), 나만의 취미가 가능한 점(13.3%),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12.7%)는 응답도 장점으로 꼽혔다.

사진=통계청
사진=통계청

◇여성 1인 가구 1.4배 증가

반면 1인 가구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어두운 면도 있다. 지난해 여성 1인 가구는 309만4000으로 2010년 대비 1.4배 증가했다. 1인 가구로 산다는 것은 범죄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 1인 가구를 노린 범죄율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검찰청이 발표한 '서울 1인 가구 여성의 삶 연구: 2030 생활실태 및 정책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해자 중 87%는 여성이며, 이 중 91.7%는 강간·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조사에도 전국의 주거침입 강간 및 성범죄 건수는 2016년 324건, 2017년 305건, 2018년 301건으로 매년 300건대 이상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별로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안심 정책을 내놓고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성 1인 가구 범죄 뿐만 아니라 청년 1인 가구에서 자살률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 블루 청년 26.8% '자살 충동' 

올해는 장기간 이어진 취업난과 경제적 빈곤에 코로나19 확산이 더해지면서 청년 자살 문제가 부각됐다. 저소득 청년 1인 가구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상태란 지적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비교 대상 국가들 최상위 수준이다. OECD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다. 전체 자살률은 인구 십만명당 26.9건, 20·30대는 각각 19.2건, 26.9건에 달한다. 

자살률은 취업난과 상관관계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일자리 편견과 청년 자살 예방'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9년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20·30대) 173명 중 32.9%는 실업상태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실업 상태인 경우 극단적 선택과 연관되는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청년층이 심각한 취업·실업난을 겪었다. 이에 청년 1인 가구의 '코로나 블루'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의뢰해 작성한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청년층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경고가 담겼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26.8%나 '그렇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사진=나눔과나눔
사진=나눔과나눔

602명의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 

가족이나 친척 없이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 사망자가 4년 사이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한 건수도 2.5배 늘었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시신 안치 비용, 장례 비용 등이 부담돼 연고자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건수는 2016년 622건에서 1,583건으로 2.5배 늘었다. 

나눔과나눔은 지난달 31일까지 총 602명의 무연고사망자와 2명의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을 위한 공영장례를 진행했다. 

나눔과나눔 조사에 따르면 11월 무연고사망자분들이 많았던 구청은 성북구, 금천구, 영등포구, 중랑구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25개 구청 중에서 23개 구청에서 무연고사망자가 발생했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은 "11월 무연고사망자 중에 고립사한 30명의 구청별 현황으로 동대문구, 성북구, 영등포구, 중랑구 순"이라며 "무연고사망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혼과 미혼(비혼)인 경우가 무려 29.1%(23명)에 이른다. 결국, 직계 가족이 없는 경우 무연고사망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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