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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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호(28. 가명) 씨는 얼마 전 15년 동안 길러왔던 닥스훈트 해피를 떠나보냈다. 신 씨는 과거 가족과 상의 끝에 해피를 새끼 때부터 분양받아 키워왔다.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긴 시간을 함께해온 해피는 노견이 되어 점점 쇠약해져 갔다. 해피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신 씨였지만, 막상 해피를 떠나보내자, 우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다.

# 정수빈(34. 가명) 씨는 2010년 우연한 계기로 시츄 몽이를 입양했다. 당시 여러 번 파양 당했던 몽이는 마음에 생긴 상처로 사람에게 잘 다가오지 않았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정 씨는 몽이에게 애정을 더 쏟았다. 정 씨가 보인 사랑과 진심에 몽이는 마음의 문을 열고 정 씨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올해 초 몽이는 나이가 들어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정 씨는 "몽이를 먼저 떠나보낸 상실감이 컸지만, 주변에 비반려인들이 유난을 떤다고 생각할까 봐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한다"면서 "몽이의 장난감, 입었던 옷,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랠 뿐이다"라고 말했다.

# 김경호(28. 가명) 씨는 16년 전 푸들 쵸코를 분양받았다. 외동이었던 김 씨에게 쵸코는 형제·친구같은 존재였다. 동시에 언제나 활기가 넘쳤던 쵸코는 김 씨 가족에게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준 행복 마스코트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잔병치레가 잦던 쵸코는 이제 산책하는 것조차 벅차다. 결국 한 달 전 동물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퇴근 후 제일 먼저 힘 없이 누워있는 쵸코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일이다"라면서 "쵸코가 떠난다는 생각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긴 시간을 함께해온 반려인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며 우울감, 상실감 같은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겪는 경우가 많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이 먼저 떠난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한다. 또한 불면증, 죄책감,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과 함께 식욕부진, 두통, 어지럼증 등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펫로스 증후군 증상을 제때 극복하지 못해 심각한 경우 자살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부산에서 혼자 살고 있던 40대 여성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반려동물이 인간의 수명과는 다른 점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펫로스 증후군을 오랜 기간 겪는 반려인의 경우 반려동물이 없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록 마음의 상처는 더욱더 깊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또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펫로스 증후군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방문해 고민을 털어놓거나, 펫로스 증후군을 상담하고 치유하는 전문가에게 조언과 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비반려인의 시선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반려동물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만큼 비반려인의 경우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공감보다도 중요한 것이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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