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단계적 확대 방안은 벼랑 끝 현실 반영 못한 계획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 = 뉴스1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소득기반 전국민고용보험 시행 계획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자영업자로 단계적 확대해 2025년까지 고용보험 가입자를 2100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용보험체계의 기반을 임금에서 소득으로 전환키로 했다. 

현재 고용보험은 사실상 임금노동자만 혜택을 받는다. 이에 특수고용직 등 취약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라서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고용보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유례 없는 위기가 지속되면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매우 크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세계화, 탈산업화, 디지털 경제로 인해 비전형적 불안정 노동자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집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임금노동자 중심의 고용보험 제도로는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용보험을 소득기반 사회보험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정, 취약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고용안전망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위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계획이다"고 지적했다.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 고용보험 가입 후에도 실업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차기 정부의 과제로 미뤄져 있는 추진 계획을 더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고용보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한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 확대는 장기가 아닌 즉각적인 계획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당사자와의 사회적 대화는 마땅히 필요하나 정부가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무고용 영세자영업자의 가입은 즉각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문제가 된다면 한시적으로 고용보험제도 내에 자영업자에게 별도로 적용되는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때 보험료율은 임금노동자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최대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제도 수용성이나 형평성 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참여연대는 고용보험체계 개편이 나아가야할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고용보험이 실질적인 소득보험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소득의 급격한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직업을 가진 경우나 프로젝트 등 일감 단위로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의 소득 보장을 위해 부분실업을 인정하고, 자발적 이직·퇴사라 하더라도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만큼 대기기간 등 제한 규정을 두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회보험의 원리가 사회적 연대에 기반해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군인·교사도 의무 가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소득기반의 전국민고용보험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계약관계에 기초해 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응하는 제도를 넘어 고용불안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연대적 대응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재정적 분담을 포함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필수적이다. 보험료 부담능력이 없는 취업자를 판단하기 위한 일종의 최소 소득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최소 소득기준을 설정해 기준 이상은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게 하고, 기준 이하는 실업부조가 포괄하도록 해 일하는 모든 사람을 고용과 실업의 위험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2715만명)의 절반 수준인 1367만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예술인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 고용보험법을 시행했다. 예술인 17만8000명 중 지난 1년간 예술활동 관련 계약체결 경험이 있는 7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내년 7월부터는 특고 종사자가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특고 전체 규모는 약 166만명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14개 직종은 106만~133만명으로 추정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은 고용보험 대상을 2025년까지 733만여 명을 더 포함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며 "현재 임금근로자 중심 고용보험을 소득기반 모든 국민 고용보험체계로 전환하는 근본적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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