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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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에서 2년째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하나(가명, 29)씨는 매서운 추위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금리 인상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텨볼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면 경기도로 밀려나야 할 것 같다"면서 "'억'소리 나는 오피스텔 전세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저소득 1인 가구가 전셋값 폭등에 전세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 전세대출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대출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5조9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조7596억원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4조6456억원이나 급증했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건당 대출액 자체가 높아진 탓이다. 

결국 가계대출 부담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과 대출 제한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의 경우 19일부터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항목당 0.1%포인트씩 낮췄다.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의 우대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해 우리은행은 '우리전세론' 중 주택금융공사 보증서 담보·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 폭을 0.8%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낮췄고 농협은행은 전세대출 관련 우대금리 폭을 0.2%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재차 주문한 바 있어 곧 다른 은행도 전세대출 조이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전세시장 흐름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 상승폭은 전주와 동일한 0.13%를 기록했다. 무려 81주 연속 상승세다.  경기도도 전주와 동일한 0.26%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인천은  0.33%에서 0.37%로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난민이 경기도와 인천으로 쏟아지면서 학군, 교통 등 생활인프라가 양호한 지역에서는 전셋값 상승세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높인다. 이미 1인 가구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1인 가구 중 15.8%가 전세에 거주한다. 보증금 있는 월세 거주자는 38.0%다.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1인 가구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중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당장 전세난에 대한 정부 대책도 없어 1인 가구의 이중고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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