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숲과나눔 1인 가구 연구원
박민선 숲과나눔 1인 가구 연구원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주요 가구 형태가 되면서 한국 사회의 주류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홀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에게 삶의 질이 어느 수준인가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공통요소들은 존재한다. 

OECD 국가들의 삶의 질 수준을 평가하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에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적인 항목을 주거, 소득, 직업, 사회적 관계(커뮤니티),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영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중하위권에 속해 있다. 사회적 관계(커뮤니티) 영역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보인다.

1인 가구에 대해 조사한 연구 및 언론 기사들은 1인 가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꼽는다. 

불균형한 영양섭취나 높은 질병 유병률 등에서 오는 신체건강의 문제, 외로움과 우울 등 심리·정신적 어려움의 문제, 관계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원의 부족 문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영역들은 모두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영역들로 행복, 즉 삶의 질(well-being)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렇게 보았을 때 1인 가구의 삶의 질이 낮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실제로 국내의 대표적 대규모 조사자료인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 데이터(매해 전국 시군구  약 22만여 명을 표본 추출해 조사, 공개하는 서베이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보아도 1인 가구의 삶의 질은 주관적인 건강 응답에서부터 심리정신적 건강, 사회적 자원 등의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전통적 2인 이상 가구보다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작년 이후 코로나-19의 장기적 유행으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구성원의 삶의 질이 침해되었지만, 그중에서도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미친 영향은 더 크고 무겁다는 조사결과까지 등장하여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그림 OECD의 Better Life Index: 빨간색 원이 한국
그림 OECD의 Better Life Index: 빨간색 원이 한국

마케팅 영역에서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1인 가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품들이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1인 가구는 가구당 소득은 낮지만, 소득에 비해 소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지갑을 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 시장 내에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홀로 사는 사람들의 경우 요리, 빨래, 청소 등 살림을 홀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노력과 시간을 줄여주는 제품에 대한 욕구가 높은 특징이 있어 '편리함=높은 삶의 질'이라는 전략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구매가 급증하고 있는 제품으로는 에어프라이어, 멀티 쿠커 기능이 탑재된 소형밥솥, 식기세척기, 청소기 등 전자제품과 간편식과 밀키트 등의 식품이 대표적이다.

자, 여기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과연 이러한 상품들을 소비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질까? 삶의 질(quality of life)은 본질적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의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행복과 가까운 지점에 있는 삶의 질은 매우 복합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이다. 편리성으로 단순화하기에는 찝찝함을 벗어버릴 수가 없다.

또 하나의 의문은 우리가 1인 가구를 단일 집단이라고 쉽게 단정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 필자의 연구나 칼럼을 통해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1인 가구는 성격이 매우 상이한 여러 하위집단의 합이다. 흥미로운 것은 1인 가구 내에서의 상이성이 전통적 2인 이상의 다인가구 내에서의 상이성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즉, 홀로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다른 특성(관심사, 건강상태, 필요 등등)을 가진 개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1인 가구를 보는 시선과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1인 가구 내 다양한 하위집단을 정확히 찾아내고 각 집단의 필요에 맞게 지원하는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철저히 실증적 통계자료에 기반해야 한다. 더불어 체계적인 관련 조사 및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응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네? 그럼 1인 가구 대상 지원금, 혹은 상품을 늘리자! 식의 단순대응은 쓸데없는 낭비와 논쟁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작년 정부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중장기 정책방향 및 대응방안] 내용에 따르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실행하고 실증적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 입안 및 프로그램 설계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이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인 가구의 삶의 질이나 건강의 문제에는 혼자 살면서 겪게 되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홀로 살기 전에도 겪었거나 혹은 이 문제로 인해 혼자 살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이 함께 존재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가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인 불균형한 영양 문제는 대체로 혼자 살면서 경험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기 전에는 '잘 해 먹고 다니다가' 음식 장보기, 요리와 설거지 등 취사를 혼자 다 하게 되면서 사 먹거나 시켜 먹는 패턴이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자원이 열악해 혼자 살기를 시작하거나 지속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홀로 살면서 삶의 질이 계속 열악해지거나 악화될 수는 있으나, 출발점은 본래 낮았던 삶의 질 수준이지 '혼삶'이 아니다.
 
더불어 함께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자발성 여부이다. 1인 가구는 '자발적'으로 형성되었는가 '비자발적으로' 혼자 살게 되었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1인 가구의 경우 소위 골드미스, 골드미스터라고 불리는 고소득 집단으로 삶의 질이 결코 낮지 않다. 

따라서 자발적 1인 가구와 비자발적 1인 가구는 분리해서 바라보아야 한다. 여기서 경제사회적 어려움이나 성별과 같은 인구사회적 변수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이다. 

남성의 경우 경제사회적 어려움은 '만혼'이나 '미혼'으로 이어지며 낮은 삶의 질을 가중시키게 되지만, 여성의 경우는 독립생활이 가능할 만한 소득이나 경제사회적 지위가 오히려 삶의 질을 하락시키지 않는 '만혼'이나 '미혼'을 유지하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혼삶이라도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요인규명이 필요한 이유이다.

닭(빨간색 화살표)이 먼저냐, 달걀(파란색 화살표)이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닭(빨간색 화살표)이 먼저냐, 달걀(파란색 화살표)이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많은 사회현상이 그렇지만 '혼삶' 또한 단순하지 않은 현상이기 때문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체계적인 조사에 기반한 심층적 현상의 정확한 규명은 언제나 그랬듯 불필요한 예산 낭비나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오해와 편견까지도 일부 해소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다소 지루하고 복잡해 보이더라도 실제적 사실과 근본적인 성찰에 기반하여 바라보고 접근할 때 1인 가구의 삶의 질은 생각보다 빨리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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