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배달' 중인 청년.
'도보배달' 중인 청년.

올 상반기 일자리 전망이 나왔다. 호조세를 누리고 있는 전자·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전년 동기 수준의 채용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고용불안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 겪으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청년 1인 가구에게는 암울한 소식이다. 

2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전자·반도체 업종 일자리는 증가하는 반면, 조선 업종 일자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섬유·철강·자동차·디스플레이·건설·금융보험 업종은 지난해 상반기 고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기계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0.1%(1000명) 감소가 예상된다. 조선은 5.6%(6000명)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은 1.4%(2000명), 자동차는 0.1%, 금융·보험은 0.4%(3000명)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전자는 1.6%(1만1000명), 섬유는 0.5%(1000명), 반도체 2.9%(4000명), 디스플레이 1.4%(2000명), 건설은 1.4%(2만8000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용 규모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다. 기계 업종의 경우 백신 상용화 전까지는 경기 불확실성이 존재해 성장세에 제한이 있고, 조선업은 지난해 수주량 감소 영향이 올해 일감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코로나19 확산 충격에 여파로 상반기까지는 전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자동차는 지난해 감소분 만회가 기대되지만 생산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보험업은 수익 감소로 지난해와 비슷한 고용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올 상반기에도 '바늘구멍 고용시장'이 지속된다면 청년 1인 가구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청년 고용률은 42.2%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열 명 중 네 명이 백수란 의미다. 

여기에 지난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44만8000명으로 24.4%나 늘었다.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는 인구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인구의 증가는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4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차선재(31)씨는 "천안에서 2년 전에 서울로 왔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공채 연기에 학원 휴강까지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하루하루 방값에 생활비는 들어가는데, 요즘 아르바이트도 줄어 공부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도 채용이 준다는 소리만 들려 암담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임기범(30)씨는 "인턴 나갔던 곳에서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서, 졸지에 취준생이 됐다. 그래도 대기업 인턴 경험이 있으니 잘 준비해서 하반기 공채에 도전할 계획이다"며 "다만 선배들 말로는 공채 규모가 줄 거나 없을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다. 채용형 인턴제도 있어 기회가 되면 뭐든지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김초롱(29)씨는 취업을 포기했다. 김씨는 "졸업하고 낸 이력서만 해도 백 통은 될 것"이라며 "연락 오는 곳은 하나같이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내 전공과 무관한 곳들이었다. 눈높이를 낮추란 말과 경제적 사정으로 한 회사에 취업하기도 했지만 '내가 대학교까지 나와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자괴감만 들었다"며 "이제 취업은 포기했다. 돈을 모아서 지방에 작지만 나만의 개성을 담은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청년 임금 불평등 역시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더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로 옮겨가면서 청년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청년 1인 가구의 빈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 1인 가구(만 29세 이하)는 2019년 기준 117만7000명이다. 1인 가구 전체의 약 20%다. 이 중 68만7000가구만 취업자다. 

상반기 채용문을 넘지 못한 청년 1인 가구는 실질적으로 올 한해를 아르바이트 등 생계형 일자리로 버텨야 한다. 올해 청년 빈곤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 

한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센터 관계자는 "빈곤 청년 1인 가구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등록금 상환 부채와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린다. 결국 돈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를 꺼리고, 식사를 거르기 일쑤"라며 "빈곤의 악순환은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외면하는 청년 자살률 증가로 이어진다. 긴 인생의 시작점인 청년의 삶을 다시 점검해 근본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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