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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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북도 진천, 허름한 단독주택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권현자(77,가명)씨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날에도 혼자 보낼 예정이다. 외동아들을 둔 권 씨는 "그냥 내가 아들보고 오지말아라 그랬어요. 뭐 코로나니 뭐니 난리인데, 괜히 내려오라고 하기도 미안하고…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외롭네요"라며 아쉬워했다.

# 인천 부평구에 살고 있는 이명순(83,가명)씨는 약 1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들과 재산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결국, 혼자 살 게 된 이 씨는 "유일한 낙이었던 복지관이 문 닫으면서 요즘 할 게 없어요. 코로나19가 노인한테 위험하다고 하니까 다들 만나기를 꺼려해 외롭네요"라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김종혁(68,가명)씨는 오래전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김 씨는 어두운 방 한구석 조그마한 TV앞에 우두커니 앉아 허공만을 바라봤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은 김 씨는 "감염병 때문에 복지사들의 방문도 뜸해지고, 날씨가 추워 바닥이 어는 바람에 나가지도 못해요. 답답하고, 외로워요"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혼자 생활하면서 느끼는 건강 문제, 돌봄 문제, 사회적 고립에 따른 관계망 축소 등으로 심리적 불안감, 외로움, 우울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한 몇몇 독거노인은 결국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 853만 7023명 중 독거노인은 19.6%에 해당하는 167만416명이다. 2000년 독거노인 비율 16%에 비해 3.6% 올랐다. 이어지는 저출산, 청년층의 미혼 증가, 중장년층의 이혼, 사별 등 독거노인 수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많은 독거노인이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경로당, 복지시설 등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이들은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감이 깊어져 외로움, 불안감,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예방 차원에서 전국 노인복지관 등 약 393개 기관 중 76%인 301개 기관이 휴관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65세이상 1만73명 중 21.1%가 우울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가구형태별 통계 결과에서 독거노인의 우울증 비율은 30.2%로 가장 높았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노인 중 6.7%는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자살 생각을 해본 노인 중에서 13.2%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이 겪는 우울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노인 돌봄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 중 전염병이 확산하자, 돌봄 서비스를 꺼리거나 요양보호사가 돌봄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다. 지난해 6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을 중단한 경험이 26%를 차지했다. 사유로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요청'이 74%로 가장 많았고 '감염 우려 등 본인의 의사'가 17%였다.

이처럼 독거노인이 느끼는 사회적 축소·고립, 우울증, 돌봄공백 등은 심각한 경우 노인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더욱 현실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집단이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쉽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고령 1인 가구가 매년 급증하는 상황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배강민 김포시의원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독거노인을 전수조사하여 도와야 하는 대상자들을 발굴하고 맞춤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정책이 수립되어 소외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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