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나의 PS파트너」는 2012년 말 개봉하여 2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찾은 영화다. 같은 해 세상에 나온 「건축학개론」은 약 400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나의 PS파트너」는 19금 성인영화로 특히 여배우의 노출 수준을 둘러싸고 대중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던 반면, 「건축학개론」은 청순한 첫사랑 이야기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19금연애의 질펀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던 「나의 PS파트너」는 오히려 남녀의 산뜻한 연애 이야기를 그려냈다.

반면 「건축학개론」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가부장적 구조를 첫사랑의 이야기로 포장하였다. 「건축학개론」 관련 이야기는 2020년 3월 31일 ‘건축학 개론에서 찾는 n번방의 모습(http://www.1conom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89)’에서 참고하시기 바란다.  

두 영화 모두 청춘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또한 연애하는 남자의 조건이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모습이 비슷하다. 「나의 PS파트너」에서 헤어진 여친을 쫓아가던 현승(지성)은 새 남자친구의 벤츠 승용차 앞에서 발걸음을 포기한다.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의 첫사랑을 앗아간 학교 선배는 강남 부잣집 아들이다. 여자를 차지할만한 남자의 자격을 비슷하게 묘사하고 있다. 남자 친구들이 여자를 ‘정복하거나 따먹는 존재’로 묘사하면서 주인공에게 코믹하게(?) 조언을 하는 분위기도 비슷하다. 「건축학개론」에서는 납뜩이(조정석)가 승민(이제훈)에게 여자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여자를 일단 취하게 한 후 침대에 눕히면 끝이라는 동아리 선배의 가르침도 있다.

「나의 PS파트너」의 남자 주인공 현승의 친구들인 석훈(김성오)과 영민(문지윤)은 세상 여자들을 ‘구멍’ 정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남자들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는 단순한 음담패설일 수 있고 또 누구에게는 성폭력의 시작일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 두 영화의 청춘남녀 간 사랑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의 PS파트너」 여자들은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랑을 찾아가면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음담패설로 만들어버렸다. 「건축학개론」은 남자들의 음담패설이 실제 성폭력으로 이어졌다. 「나의 PS파트너」가 보여주는 섹스는 남자가 여자를 정복하는 행위가 아니다. 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그렇게 ‘정복당했기 때문에’ 「건축학개론」의 첫사랑은 끝났다. 남성적 시각에서의 전형적 사랑이다. 그러나 「나의 PS파트너」에서의 사랑은 누가 누구와 섹스를 한 것과 상관없이 이어진다. 남자도 여자도 서로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정의 엄마(김보연)가 보여주는 아빠와의 섹스에 대한 회고는 여성이 주체가 된 섹스의 시작을 보여준다. 승준의 전 여친 소연(신소율)은 ‘고추길이’부터 시작하여 사소한 일에 자존심을 거는 남자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여자다. “그럼 나 한번 연주해봐. 어떤 소리가 나나? 네가 코드를 잘못 잡은 거야.” 소연의 이 대사는 남자들의 일방적인 섹스 방식을 비웃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하여 직장을 그만 두었고 결혼 준비에만 몰두했던 윤정(김아중)이 변해가는 과정은 더 이상 남자에 의존해 살지 않는다는 여성적 삶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남친을 ‘위하여’ 이벤트를 하고 폰섹스까지 시도하지만 남자친구 승준(강경준)에게 윤정은 ‘어장 속에 들어온 물고기’일 뿐이다. 윤정은 승준의 욕구를 그냥 충족시켜줘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엉뚱한 폰섹스는 그러한 윤정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 남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욕구에 반응만 하던 존재에서 ‘찌질한 남자’ 현승을 ‘쿨한’ 남자로 만들어주는 윤정이 되어 간다. 그리고 현승이 쿨한 남자가 될수록 윤정도 새로운 여자로 변한다. 남친의 욕구가 무엇인지 전전긍긍하면서 맞추려 하던 여자가 더 이상 아니다. 내 욕구가 중요한 여자가 된다. 그 변화의 절정은 승준과의 결혼식장을 드레스를 입은 채 박차고 나오는 장면에서 나온다.

「나의 PS 파트너」는 여자를 더 이상 남자가 정복하거나 ‘따먹는’ 대상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남자의 욕구를 여자가 채워주며 참고 살아가는 과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려면 먼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이야기한다. 윤정과 현승을 이어준 폰섹스는 그렇게 해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으로 승화하였다. 「나의 PS 파트너」가 19금 영화 이상의 영화가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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