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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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모 회사에 취업해 4년째 근무 중인 김상현(가명, 32세)씨. 그는 고향이 대전이지만, 학업과 취업 문제로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이제는 대전보다 서울이 더 익숙하고 삶의 기반도 서울에 마련돼 있지만, 최근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전보 발령을 내렸다. 대전지사에 인력 파견이 필요한데 김 씨의 고향이 대전이고, 미혼자란 이유가 컸다. 사전에 상의 없는 일방적인 전보 처분에 회사에 항의했지만, 인사권은 회사에 있어 근로자와 상의해 결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김 씨는 이대로 서울에서 쌓아온 생활 기반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김 씨의 사례는 근로기준법과 판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근로기준법」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보 처분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에 대한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단 전보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또 판례를 찾아보면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는 내용이 있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0다12366 판결, 1991. 10. 25. 선고 90다20428 판결,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그렇다면 전보의 한계는 무엇이 있을까. 근로계약에 의한 제한이 있다.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전보나 전직 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204 판결). 

또 법령의 제한이 있다. 「근로기준법」제6조를 위반해 차별적인 전보를 하거나 같은 법 제104조 제2항 소정의 고용노동부장관 또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통고를 이유로 전보를 하는 것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 할 수 없어 무효가 된다.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배치전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도 무효화 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제한규정의 취지를 살펴서 판단해야 해 무조건 무효로 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신의칙(信義則)에 의한 제한이 있다. 전보 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례는 “전보 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해 결정되어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누18345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또 “전보 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했다는 사정만으로 전보 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1995. 10. 13. 선고 94다52928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 씨의 경우 전보 처분에 대해 회사측에 항의할 수 있다. 다만 위 내용과 같이 전보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만 무효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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