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가전, 구입보다 비쌀 수 있어 신중해야

LG전자 퓨리케어 정수기.
LG전자 퓨리케어 정수기.

#.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주희씨는 지난 2월 이사했다. 김씨는 이사짐센터를 통해 정수기를 직접 철거해 왔다. 그런데 이사한 집에 정수기가 있어 기존 정수기는 해지하기로 했다. A사에 해지를 요청한 김씨는 약정기간 내 해지이니 철거비 6만원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철거를 직접 했어도 운반비와 제품 폐기비용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라는 말에 억울했지만 6만원을 낼 수밖에 없었다. 

#. 서울 성북구에 사는 최명진씨는 최근 이사하면서 냉장고를 새로 구입했다. 정수기 기능이 포함된 제품으로 교체한 최씨는 기존 정수기를 해지하기 위해 A사에 문의했다. 5년 약정 기간 중 3년이 지나 위약금은 없지만 철거비 6만원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씨는 기존에 타사 제품 사용 시에는 3년 의무 약정 후 해지했지만, 2만원 가량의 철거비만 냈다. A사 고객센터에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씨는 철거비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A사만 유독 타사보다 많이 철거비를 받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구독경제 활성화 등으로 렌털가전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전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운 가격을 덜기 위해 렌털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정수기는 필터 교체, 청소 등 수시로 관리가 필요해 직접 구매보다는 렌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급률도 상당히 높은 인기 제품군이다. 

그러나 렌털 제품은 자칫하면 직접 구매보다 큰돈이 나갈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정수기의 경우 대부분 약정기간이 5년에 달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정수기의 경우 기본 설치비, 이전설치비, 계약해지 시 철거비 등 상황에 따라 추가 발생 비용이 발생한다.  

렌털 기업은 계약 시 고객에게 이러한 사항을 고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는 이에 대한 정확한 가격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수기 철거비가 과도하다는 불만 글이 많다. 철거비 불만이 주를 이룬다. 렌털 업체 대부분 의무사용기간이 종료된 후라도 렌털기간 내에는 철거비를 부과한다. 여기에 업체별 가격 차이도 심하다.

업체별 철거비를 보면 의무사용기간이 종료된 경우 LG전자는 6만원, SK매직 5만원, 코웨이 3만~5만원, 교원 웰스 3만~4만원, 청호나이스 2만원, 쿠쿠 2만원 등의 철거비를 받는다. 

이에 소비자들은 의무사용기간만 채우면 자유롭게 해지가 가능하다고 하고 실제로는 해지 위약금을 내게 만든 렌털업체들의 '눈속임'이라고 지적한다.

A사 관계자는 "정수기 렌털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으로 고객의 귀책 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인 만큼 철거비 발생은 당연하다"며 "철거를 위해 집으로 방문하는 기사의 인건비와 차량 유류비, 제품 처리비 등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한 양판점 업계 종사자는 "의무사용 기간이 지나도 약정기간 내에 해지하는 경우 철거비가 부과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 중에 유독 비싼 곳이 있긴 하다"며 "요즘에는 간단히 셀프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굳이 렌털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렌털시장은 지난해 4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19조50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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