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최초는 위대하다. 맨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과 동시에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 겨울 초입에서 사유리 씨의 출산 소식을 듣고 적잖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단순하게 4차원으로만 알고 있던 연예인의 행동치고는 우리 사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비혼모로 살아본 적도 없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유리 씨의 결정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결혼도 안 한 여성이 아이를 출산했다는 이유에서 사유리 씨의 예능 방송출연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미 가족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시작했다.

사유리 씨에 대한 기사 댓글에는 '용기가 대단하다. 응원한다','축하한다','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등 응원의 메세지가 쇄도했다. 

여성가족부가 2019년도 조사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 결과에서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조사응답자의 과반수가 넘은 것도 그를 반증해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점차 사회 구성원의 가족관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만큼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정상가족이라면 보통 부부로 이뤄진 가정으로 한두 자녀를 둔 3~4인을 떠올리게 된다. 일찌감치 우리 사회는 1인 가구나 다문화 가족, 조손 가족, 재혼 가족, 동성 가족, 한부모 가족, 사실혼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에서는 가족형태나 상황을 이유로 '비정상'이라는 범주로 분류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가족을 서열화하는 은밀한 차별이 용인된다. 특히 미혼 부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며 결손가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식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정상가족의 프레임에 속하지 않는 가족형태가 비정상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가족형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다른 가족형태를 문제가 있는 잘못된 것으로 여기며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배제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정상가족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편견이다.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비혼여성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결혼을 거치지 않고도 출산을 선택하고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음에 대해 존중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가족, 가족구성권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부여돼야 할 권리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떠한 생활공동체라 하더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상황으로 인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뒷받침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동안 헛발질 했던 저출산 정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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