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계층 사다리…투기 심리만 가득

LH 직원들의 광명·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폭발 직전인 민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발본색원'을 지시하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둘러 임기 중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불씨가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하려는 듯하다. 동시에 LH도 발 빠르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징계 등 인사조치 및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발 빠른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오히려 LH는 물론 부동산 정책 관련한 공기업, 공무원과 청와대, 국회의원 등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차피 전수조사니 뭐니 해도 투기로 산 부동산에 대해 환수도 못 할 것 아니냐. 회사 잘리는게 문제냐. 나 같아도 투기했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울분의 배경에는 무너진 계층 사다리가 있다. 2030세대는 터무니없이 뛴 집값을 보면서 평생 일해봐야 지금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심각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영끌 투자'에 젊은층이 대거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투자로 돈을 불리지 않으면 단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한 채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청년 1인 가구는 "5평 남짓 원룸에서 4년을 살았다. 공무원 준비를 계속하는데 사실 공무원이 된다 해도 월급을 생각하면 삶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며 "친구들 만나면 누가 주식으로 얼마 벌었고, 누구는 엄빠찬스랑 대출 끌어서 산 아파트가 대박이 났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재산을 불려간다는 말이 오히려 허황된 소리 같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외치던 캐치프레이즈 중 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다.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투자, 투기로 한순간에 떼부자가 되는 '불공정한 용'이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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