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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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심야 작업을 담당했던 택배노동자가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사로 사망했다며 쿠팡 측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8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가 또다시 발생했다"면서 "쿠팡 측의 공식 사과와 보상·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와 경찰에 따르면 쿠팡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담당했던 이모(48)씨는 지난 6일 낮 12시 23분쯤 송파구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배우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숨져있는 이 씨를 발견했다. 당시 이 씨의 방문은 잠겨있었고,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지방에 있는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쿠팡 계약직으로 입사해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 씨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매일 10시간 동안 주 5일을 일해왔다.

이 씨는 평소 심야 노동에 대한 어려움을 배우자에게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 씨의 부검결과를 두고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면서 "전형적인 과로사 관련 증상인 데다 이 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다는 점으로 볼 때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 업무 담당 노동자가 숨진 뒤 과로사 대책을 쿠팡 측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4명, 올해 2명이 쿠팡에서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최근 심야·새벽 배송 담당 직원의 사망과 관련해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고인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고인은 지난 2월 24일 마지막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와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지난 4일 복귀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사망한 배송 직원이 과로에 시달렸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쿠팡측은 "지난 12주간 고인의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 근무기간은 약 40시간이었다"며 "이는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가 권고한 주당 60시간 근무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쿠팡의 입장에 또 다시 책임을 회피하고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지속적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불인정해 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쿠팡의 산업재해 신청 절차에 대해 질의했다. 

임 의원은 "쿠팡은 급성장과 함께 산업재해도 함께 늘었다. 2017년 48명에서 2020년 224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며 "산업재해 신청 절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기업윤리인데, 쿠팡은 지원하고 있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는 "산재 신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쿠팡의 산업재해 인정 거부에 대한 자료를 제시했다. 

임종성 의원에 따르면 쿠팡의 산업재해 불인정 의견 비율(2020년 기준)은 무려 28.5%나 된다. 전체 사업장의 불인정 의견 비율이 8.5%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심지어 쿠팡이 의도적으로 산재 불인정 의견을 내면서 산재를 당한 근로자와 유족의 고통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쿠팡의 산재 불인정 의견 대비 산재 인정된 비율이 무려 70~80%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는 "불승인 의견과 실제 산재 인정 비율 차이에 대해 몰랐다"며 "적절한 산재 인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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