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탐정 리턴즈」는 2015년에 나온 「탐정: 더 비기닝」의 후속작이다. 2018년 개봉하여 3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에 불러 모았다. 한 마디로 재미있는 영화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던 만화방을 처분한 강대만(권상우)과 전설의 형사이지만 경찰 조직에서 밀려난 노태수(성동일) 두 사람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가 사회복지 현장의 오래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마냥 재미로만 볼 수는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결국 웃자고 한 이야기를 죽자고 달려드는 무리수를 둬보겠다.

보육원 출신 김재민(오희준)의 실종 사건이 영화의 시작이다. 재민의 약혼자인 서희연(정연주)이 사건을 갖고 두 탐정을 찾아온다. 약혼자 재민의 사망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연이 ‘약혼자 사망 사건’을 다시 한번 제대로 해달라고 두 탐정에게 부탁한다. 결국 재민은 죽은 것이 아니었고 약혼자의 품으로 돌아온다. 두 탐정은 사건도 해결하고 돈도 두둑하게 챙기는 해피엔딩 희극이다. 

재미있게 진행되고 행복하게 마무리된 영화에서 일단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동복지법 52조에 근거할 때 보육원의 법적 명칭은 ‘아동양육시설’이다. 요보호아동들이 함께 모여 사는 시설에는 ‘공동생활가정’도 있다. 이른바 소규모 보육시설로 볼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형제보육원’은 그 규모로 볼 때 아동양육시설이라 할 수 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살다가 만 18세가 되면 나와야 한다. 아동복지법 16조(보호대상아동의 퇴소조치 등)에 근거해서이다.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아동이 아니라 ‘18세어른’이기도 하다. 비자발적 1인 가구로서 혼자 세상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수가 매년 2~3천 명 규모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자립지원시설(아동복지법 52조 5)’이 있고 실제 지원이 있긴 하다. 보호종료아동 자격으로 몇백만원 수준의 자립정착금도 받고 한달에 얼마씩 받는 자립수당도 있다. 그러나 자립정착금은 어디 가서 살만한 원룸 하나 얻기 어려운 액수다. 자립수당도 생활비로는 턱없는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혼자 취업도 하고 독립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어렵다. 민법상 성인은 19세이기 때문에 ‘18세어른’으로서 핸드폰 개통도 독자적으로 못한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동산 계약도 어렵다. 영화에서 재민이 모았다는 5천만원은 그래서 그냥 영화 이야기일 뿐이다. 세상의 관심 밖에 있는 보육원 출신, 더 정확히 말하면 보호종료아동 출신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경찰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을 만큼 재민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재민의 5천만원 저축은 형제보육원을 나온 보호종료아동이 계속 일할 수 있었던 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보육원을 운영하는 형제복지재단의 소유 공장이다. 처음 형제보육원에 들어가면서 대만이 “야~ 보육원 시설이 우리집보다 더 좋은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재단과 보육원 명칭이 이미 원장이 재민의 실종 사건 배후임을 짐작케 하는 스포일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역사에서 부끄러운 한 단면인 ‘형제복지원’ 사건이 있다. 1980년대 이른바 부랑인들을 3천명 규모로 수용하면서 지원금 횡령, 원생 살인과 암매장 등 온갖 부정과 범죄를 ‘좋은 일 한다는’ 사회복지법인 이름으로 저지른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원장 박인근은 엄청난 재산을 부정축재하였고 자손들은 그 재산 덕에 지금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보육원 출신 청년들을 죽여서 장기밀매를 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형제보육원 원장과 형제복지재단은 형제복지원 사건과 겹치는 이야기다. ‘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그 다음 내용을 짐작케 함으로써 「탐정 리턴즈」가 탐정 수사극으로서 갖는 긴장감은 확 빠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형제’를 왜 사용하였을까? 아마도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금방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형제복지원 사건을 소환하고자 한 듯하다.

한국사회는 ‘보호종료아동’으로 표현되는 비자발적 1인 가구 청년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또한 형제복지원 사건을 우리의 기억 속에 재소환해야 하는 과제도 갖는다.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호위호식하면서 세상을 떠난 원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역사적 응징이 이루어져야 한다. 「탐정 리턴즈」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메시지다. 웃자고 한 이야기를 죽자고 해석해봤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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