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그 중 하나는 치매 환자의 증가이다. 치매 환자는 당사자도 힘들지만 중증으로 발전하면 일상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가족들의 부담이 큰 병이다. 치매에 걸린 고령 부모를 간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어야 되는 경우도 있어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2012년 462만명에 달하던 일본의 치매 고령자는 2025년 70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라는 말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치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오렌지 플랜’이라는 국가 전략을 만들었다. 이 전략의 골자는 치매 환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환자가 오랜 기간 살아온 지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적으로 치매 환자를 서포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가 힘을 쏟은 활동은 ‘치매 카페’의 개설이다. 

치매 카페는 1997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후 유럽에서 급속히 확산됐고, 일본에는 2012년부터 일본 노동성의 <치매 시책 추진 종합 전략>에 의해 개설되기 시작했다. 지역의 음식점이나 관공서, 간병 시설 등에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차와 다과를 즐기며 고민을 공유하고 상담한다. 주로 집에만 머물던 치매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환자의 가족 또한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치매는 나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 여기던 지역 주민들이 치매라는 병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는 효과도 있다. 2012년부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급속히 확대된 일본의 치매 카페는 현재 약 8천개까지 증가했다. 

스타벅스 재팬 또한 매장 8곳을 치매 카페 (치매를 뜻하는 영단어 Dementia의 앞글자인 D를 사용하여 D카페라고 불리운다) 로 운영하며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섰다.  스타벅스의 D 카페는 도쿄 마치다시에 위치해 있는데, 마치다시는 치매 환자가 살기 좋은 동네 및 치매 환자에게 친화적인 도시를 목표로 조성된 곳이다. 마치다시는 시내에 위치한 스타벅스 8개 점포를 한 달에 한 번은 D카페로 탈바꿈시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모이는 장소로 제공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이러한 치매 카페의 활동이 정체되고 있다. 

치매 카페 참가자의 상당수가 중증화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고령자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된 2020년 봄부터 대부분의 치매 카페가 중지되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약 1천개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제 1차 감염 확대가 수습된 뒤인 2020년 8월 시점에서 치매 카페를 재개한 곳은 29%에 그쳤다. 치매 카페가 열리는 장소를 제공하는 음식점이 폐업함에 따라 치매 카페를 중지한 곳도 있다. 예를 들어, 고치현에 위치한 고치시에서는 24개의 치매 카페를 운영 중이었으나 이 중 20개가 1년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담당자는 “치매 카페에 모이는 시설은 고령자가 많아 집단 감염의 발생 리스크가 높다. 아직 재개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중요한 기능이지만 어쩔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치매 카페 모임이 중지될 뿐만 아니라 외출이 자제되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면 치매 증상이 악화될 확률도 높다. 따라서 최근에는 종래의 대면 형식이 아닌 방법으로 치매 카페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담당자가 직접 고령자의 집을 방문한다거나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과 연결되어 있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무려 400개의 치매 카페가 운영되고 있는 가나가와현은 2020년 10월에 시범적으로 221대의 태블릿 PC를 무상으로 제공, 치매 환자들이 온라인으로 만나는 기회를 늘리고자 한다. 태블릿 PC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매뉴얼을 작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강습회도 열고 있다. 가나가와현의 고령복지과 담당자는 “코로나가 수습되어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사정이 있을 때도 온라인을 활용하여 치매 카페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해주었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낸다. 

도호쿠 복지 대학 (東北福祉大)에서 치매 간병을 전문으로 하는 도모유키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치매에 걸린 사람이나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재인식할 기회가 되었다. 대면 활동을 기본으로 하되 감염 확대 등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도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온라인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지원자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치매 환자의 신체적 활동과 사회적 교류가 제한됨으로써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1인 고령 가구 또한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됨으로써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또한 오프라인이 아닌 곳에서 고령자와 치매 환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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