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정책 연구원
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정책 연구원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 하나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것이다. 주요 후보들은 서울시를 이끌어갈 주요 정책에 대한 공약으로 앞다투어 1인 가구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오세훈 후보의 '1인 가구 안심 특별대책 본부 설치'나 박영선 후보의 '여성 1인 가구 스마트 안심호출기 지급' 등의 공약은 서울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인 가구가 얼마나 중요한 집단으로 부상하였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동시에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이 여전히 범죄로부터의 보호나 취약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 등 1인 가구의 빠른 변화 흐름을 다 반영하지는 못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한 정례보고 자리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또한 작년 6월 정부의 [1인 가구 중장기 정책방향 및 대응방안]이 발표되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더딘 대응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의 이전 칼럼 '현 시점에서 1인 가구 위한 지원과 실태조사 필요한 이유'에서 지적했던 바와 같이 실효성 있는 1인 가구 정책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통계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1인 가구는 규모도 커지지만 1인 가구 내 다양성이 매우 커지고 있고, 세부 집단 간 격차, 즉 같은 노인 1인 가구 내에서 고소득 노인 1인 가구와 저소득 노인 1인 가구 사이의 건강, 삶의 질, 네트워크 등의 차이가 하루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 19의 유행은 이 격차에 불을 붙였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 유행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홀로 사는 노인들의 정보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일수록 고립감과 우울감을 쉽게 느낄 수 밖에 없다. 

더욱 커져 버린 1인 가구 내에서의 격차와 넓어진 스펙트럼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려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실태 파악과 맞춤형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기존의 1인 가구 집단에 대한 특색없는 시종일관, 되풀이식 정책은 의미가 없다.

새로 포함될 1인 가구 통계조사에는 1인 가구인지 여부를 묻는 문항과 함께 실질적 혼거인지, 가끔이라도 동거인이 있는 1인 가구인지 등과 같은 정확한 현실에 기반한 문항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는 혼거라 할 수 없음에도 자신을 1인 가구로 응답하는 경우도 많아 편향된(biased) 조사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1인 가구의 삶의 질이나 건강, 사회에 대한 태도, 경제활동, 일자리 등과 같은 현 사회 핵심 이슈와 관련된 실질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인 가구가 된 계기, 1인 가구로 생활한 기간, 1인 가구 이전과 이후의 변화 등에 대한 문항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기존의 단순 설문 조사식 1인 가구 통계는 1인 가구인지 여부만을 질문할 뿐, 1인 가구 기간이나 계기 등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어 정확한 지원방안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설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1인 가구 통계조사는 1회만 조사하고 끝나는 단회성 횡단 조사가 아닌 수년 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종단 조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1인 가구가 겪는 현재 문제와 이에 대한 정확한 요인 및 대응방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인 가구가 수년간 겪는 변화를 반복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연구원에서 매해 1인 가구 관련 문항을 포함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매번 다른 사람들을 새로 표집하여 조사하기 때문에 특정 1인 가구의 변화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급격한 인구 수, 인구 구조의 변화를 겪는다고 할 정도로 국내 인구변화의 흐름은 기존의 상식과 예측을 벗어나 급변하고 있다. 지금이 인구변화를 바라보고 이에 대처하는 눈이 변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정부 주도적, 그리고 근시안적 접근에서 벗어나 보다 열린 관점으로 각 사회 구성원들의 인구에 대한 다양한 눈을 포용하는 열린 관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 이제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1인 가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와 의견, 실질적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는 정확한 조사와 이에 기반한 통계구축이 이루어져야 기존의 2인 이상의 다인 가구 중심의 정책과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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