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유진(32.여)씨는 1주일에 한 번은 혼자 밥을 먹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음식에만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게 한 씨 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서울시민들의 식생활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 씨처럼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혼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접촉이 많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2일 ‘서울먹거리 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69.2%가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혼밥’을 하고 있으며 일주일 평균 ‘혼밥’ 횟수는 3.44회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5.13회)이 가장 높고, 만 18~29세(3.84회)가 뒤를 이었다. 가구형태별로 보면 1인가구가 7.70회로 2회대로 응답한 다른 가구형태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지난해 9월25일부터 10월30일까지 서울 거주 2000가구(만 18세 이상 3833명)를 대상으로 먹거리 현황, 코로나19 이후 식생활변화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혼밥하는 이유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72.3%로 가장 높았고 '시간이 없어서'(37.7%),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32.4%), '다른 사람과 같이 먹기 싫어서'(11.6%)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10명 중 5명 가까이는 '배달 및 포장음식'(49.2%)이, 10명 중 4명은 '온라인 식품구매'(39.1%)가 코로나19 이후 늘어났다고 답했다. 식품 소비 또한 비대면 시대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손수음식 조리'도 43.4% 증가해 가정에서의 음식섭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코로나19 장기화로 미혼남녀 과반이상이 혼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젊은층일수록 나홀로 생활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상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76.7%)은 변화가 없다고 답했지만 '나빠졌다'(14.2%)고 응답한 비율이 '좋아졌다'(9.1%)는 응답보다는 다소 높았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한 비율을 세분화해보면 70대 이상(25.5%),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20.5%)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반면 서울시는 월평균 가구소득 700만원이상에서는 '좋아졌다'는 응답이 27.7%로 가장 높아, 코로나 이후 소득에 따른 건강변화가 양극화 양상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 먹거리가 보장됐다고 응답한 시민은 76.6%로 나타났다. 양적으로 충족되나 질적으로 미보장 상태는 17.8%, 양적·질적 모두 미보장 상태는 5.7%로 조사됐다. 먹거리가 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이유로는 '식품구매나 조리시간이 충분하지 못해서'(65.6%·복수응답)라고 답했고, '주변에 원하는 다양한 식품이 없어서'(46.3%), '구매할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36.4%)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그간 먹거리 정책이 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식품 제공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조사를 통해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인구사회적 변화에 따른 맞춤 정책이 필요함에 따라 ‘서울시 먹거리 정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번 조사에서 먹거리를 둘러싼 환경뿐 아니라 먹거리 관련 행동이 먹거리·식생활의 만족도와 연계되어 있으며, 나아가 삶의 행복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과를 토대로 취약계층의 식생활·먹거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질적인 먹거리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먹거리 공동체 참여 프로그램 개발로 모든 시민이 먹거리보장과 함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