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다보니..." 20代 여성 1인 가구, 고립·불안감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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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다보니..." 20代 여성 1인 가구, 고립·불안감 더 크다
  • 정윤선 기자
  • 승인 2021.04.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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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등 기분장애 100만명 돌파...코로나블루 심각
전문가들 "사회통합 차원서 정책 마련 시급"

 

한강 다리에서 지난 1일 투신을 시도하던 20대 여성이 지나가던 시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행주대교 북단에서 다리 난간을 넘어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A씨를 근처 시민들이 급히 정차해 구조했던 것이다. A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은평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첫 직장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두 달가량 실업자로 지내면서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혼자 생활하다보니 삶은 더욱 피폐해져갔다. 결국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B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았고 우울장애(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1만6727명으로 나타났다. 기분장애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 비정상적인 기분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일명 우울증이라 불리는 정신질환은 마음의 감기로 통한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기분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67만1000명)이 남성(34만5000명)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 20대 환자 비율은 16.8%로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는 50대와 60대 환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사회적 입지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 이렇다 할 활동 기반이 없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생의 첫 실패'를 겪으며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큰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20대, 상대적 박탈감 '마음의 병' 환자 급증

문제는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 속도가 최근 3, 4년 동안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20대 환자 비율은 10.1%였지만 2017년 11.3%, 2018년 13.0%, 2019년 14.7%로 올랐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지만 20대는 189.4% 늘었다. 취업난, 주식·부동산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이 수년간 이어진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 여성의 경우 20, 30대 환자의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여성 우울증 환자의 증가율은 6.4%였지만, 20대 여성 1인 가구는 27.4%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혼자사는 여성일수록 고립감과 불안감, 사회적 요인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을 원인으로 손꼽았다. 

◇"사회적 입지 약한 여성, 스트레스 더 크게 노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는 "기분장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은 주요 우울장애로 생각되며, 주요 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4.4%~30%로 알려진다"면서 "최근 젊은 층에서 불안장애, 우울장애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우울증은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입지가 약한 여성, 취약계층 등이 스트레스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우울증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기홍 KU마음건강연구소장은 "단시간에 끝나는 다른 재난과 달리 코로나19는 그 기간이 1년 넘게 지속됐고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다. 이 스트레스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자살과 같은 문제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20대 여성 자살률은 세계 OECD 가입국 중 1위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약 38명가량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 건강투자 인식조사'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56.7%, 30대 여성 50.5%, 60대 여성 57.9%로 등 여성 과반이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세)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블루로 20대 여성 1인 가구의 자살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1인 가구는 가장 비중이 높은 가구 형태임에도 1인 가구의 생활 특성, 주거와 안전, 건강, 여가와 사회적 관계, 사회통합 차원에서 정책적인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정책 가운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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