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초고령 사회이자 다사 (多死) 사회인 일본에서는 빈 집 발생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이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고 부모로부터 집을 상속 받아도 살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현재 일본 전국의 빈집은 약 849만채로 과거 20년간 1.5배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다양한 빈집 관련 정책이 등장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정책은 ‘빈집뱅크’이다. 지자체가 웹사이트에 빈집을 공개하고 빈집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지방정부가 리모델링의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집이 비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될 수록 매각이나 임대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빈집으로 방치 되기 전에 이를 막는 것이 중요하며, 최근 일본에서는 빈집이 발생하기 전에 손을 쓰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인들이 주택의 정확한 가치를 알게함으로써 일찍부터 빈집 대처를 시작하도록 돕는 서비스이다. 부동산 컨설팅을 진행하는 ‘사쿠라 사무소’는 2020년 9월부터 ‘친가의 미래 맵’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금 포함 1만 4080엔 (약 15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자식 세대를 대상으로 부모님 집의 자산 가치 및 유지 비용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주택 진단사나 부동산 중개 전문가가 향후 발생할 수선비 예상액이나 예상 매각액, 임대료, 재해 리스크 등을 진단한 자료를 제공한다. “친가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며 사쿠라 사무소는 서비스를 만든 배경을 설명한다. 

두 번째 비즈니스 모델은 고령층이 새로운 주거 환경을 찾도록 도와줌으로써 빈집 발생을 예방하는 사업이다. 도큐 부동산 홀딩스는 부동산 벤처인 FFP와 함께 2021년 4월부터 신규 사업인 ‘타쿠스 (たくす)’를 시작한다. 자식들이 독립한 후 주거지를 바꾸고 싶은 60대 전후의 세대를 대상으로, 고령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집에 들어올 세입자와 노부부가 살게 될 새로운 집의 소개를 동시에 진행한다. 

자녀가 떠나면서 자녀가 쓰던 방이 필요없게 된 고령 부부 혹은 1인 고령 가구는 집이 너무 넓어서 관리나 수선이 쉽지 않다.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장래에 매각이나 임대가 어려워지고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빈집이 되기 전 단계에서 넓은 집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를 이용하여 고령 세대에게 알맞는 소규모의 임대 물건으로 옮겨 살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도큐 부동산은 “빈집의 발생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임대 수입을 통해 노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전한다. 

빈집 물건을 중개하는 전용 사이트도 등장하였다. 마크스(MARKS)는 고령자의 고독사 등으로 인해 빈집이 된 물건의 임대 및 매각 정보를 게재하는 부동산 사이트인 조부츠 부동산 (成仏不動産)을 운영한다. ‘어떠한 사정으로 빈 집이 되었는지를 명확히 표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청소와 같은 지원도 실시한다. 

고독사가 발생한 집은 매각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고독사나 자살과 같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가격이 싸진 물건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겨냥하여 마크스사는 2020년 11월에는 투자자 전용 회원제 정보 서비스도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상속한 자녀 세대가 빈 집을 처분하고 싶은 경우에는 집을 해체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쿠라소네 (クラッソーネ) 는 주택 해체 공사회사와 빈집 소유자를 매칭해주는 사이트 ‘쿠라소우네 (くらそうね)’를 2020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였다. 전국 약 1,300개의 해체공사 전문회사가 등록 되어 있으며 최대 6개사까지 일괄적으로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다. 쿠라소네는 또한 외부 사업자와 제휴하여 해체 전 유품 정리 및 해체 후 토지 매각 중개 등 빈집을 처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의하면 일본의 총 세대수는 2023년을 피크로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세대수가 감소하면 빈 집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국토 교통성의 조사에 의하면 빈 집의 20%는 20년 이상 거주자가 없다. 이렇게 방치된 집은 건물이 훼손되고 주변에 악영향을 끼친다. 상속 받은 사람도 나이가 많이 들어 집을 처분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사람이 살지 않는 기간이 오래될 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빈 집이 되기 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기 대책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