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4)의 치밀한 범죄가 알려지면서 여성 1인 가구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김태현은 세 모녀가 살고 있는 노원구 중계동의 아파트에 택배기사로 위장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범죄에 앞서 피해자 A씨를 스토킹하면서 A씨의 SNS에 게재된 사진 속 택배 송장을 보고 주거지를 파악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 1인 가구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 이름으로 택배송장 수신인 바꾸기', '택배송장 지우는 방법'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네티즌 A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이번 세 모녀 사건을 접한 뒤 택배를 이용하기도 불안하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배송장 지우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송장정보를 꼼꼼히 지우고 버린다"고 말했다.

B씨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B씨는 "택배송장 수신자 이름을 모두 남자 이름으로 바꿨다"면서 "그래도 불안해 사비를 들여 실시간으로 문 앞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설치를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며 "집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도 문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도 흠칫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불안감은 국민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여성 1인 가구는 309만4000가구로 전년(294만2000가구)보다 증가했다. 또 여성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인 57%가 여성범죄와 관련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와 안전 대책 요구는 매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는 일부 가구에 방범설비를 지원하는 수준이다. 여성 1인 가구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처벌 수준 강화 요구의 경우 주거침입과 스토킹처벌법 강화가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거침입죄 발생 건수는 1만228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만에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CCTV화면.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CCTV화면.

대표적으로 2019년 5월 서울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이다. 새벽에 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은 조 모씨는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강제로 문손잡이를 돌리는 등 주거침입을 시도했고, 주변을 서성이다 달아나는 모습이 CCTV를 통해 전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 모씨에 대해 주거침입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그쳤다.

재판부는 "조 씨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피해자를 강간 또는 강제 추행하려다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지는지 여부에 대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범죄피해에 두려움을 느끼는 주거침입에 대한 처벌은 올해 강화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주거침입죄 권고 형량을 기본 징역 6개월~1년, 최대 징역 10개월~2년으로 늘렸다. 동종 전과자의 특수주거침입의 경우 권고 형량이 최대 3년 6개월로 결정됐다. 이번 양형기준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9월부터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다. 벌금 10만원에 그쳤던 스토킹 범죄는 처벌 수위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강화된다. 흉기 등을 휴대한 경우라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늘어난다. 응급조치로 100m 이내 접근금지나 전화 등을 이용한 접근금지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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