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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사진=뉴스1

#. 서울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권영철(73세. 가명) 씨는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문 닫았던 복지관에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았던 권 씨는 우여곡절 끝에 복지관 홈페이지까지 접속했지만, 작은 글씨와 화면 속 아이콘이 많아 원하는 메뉴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옆집에 살고 있는 청년에게 도움을 청한 권 씨는 우여곡절 끝에 비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디지털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권 씨와 같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디지털 서비스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고령층의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 웹, 영상 콘텐츠 사용을 돕기 위해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안'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16일 서울디지털재단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돕기 위한 20대 요건을 제시했다. 모바일 앱·웹 분야에서는 글자 크기를 14포인트 이상으로 하고 필기체, 흘림체 등 복잡한 형태의 글꼴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또 신조어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상 콘텐츠의 경우 자막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첫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지기까지 5초 이상 머물러야 하고 영상 속 화자의 속도는 초당 4음절 정도 천천히 발음하도록 권고했다.

실제로 서울디지털재단이 65세~79세 고령층 3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서비스 개선방안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단순하고 알기 쉬운 화면구성(34.3%)', '서비스 이용절차 간소화(26.7%)', '주 이용 서비스 위주의 간결한 구성(23.3%)'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모바일 앱·웹과 영상콘텐츠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요소는 '용어'라고 답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먼저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서비스를 4월부터 8월까지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에 시범·적용한다. 이후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시 주요 민원서비스로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하반기 중으로 '키오스크' 분야 표준안도 추가로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중장기적으로 공공서비스에 대한 표준 적용을 제도화하고, 민간서비스를 대상으로 평가·인증 제도를 운영하는 등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원목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고령층의 이용편의를 고려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실질적인 해법"이라며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게 개발된 표준안이 곳곳에 잘 적용돼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덜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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