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육가구 수 추이.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 추이.
외로움을 달래줄 삶의 동반자로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펫팸족'(petfam族, pet+family)이란 신조어가 자리를 잡았고, 관련 사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정책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1코노미뉴스]는 펫팸족 1500만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변한 반려동물시장의 흐름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모든 동물의 삶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동물은 부당하게 취급받거나 잔인하게 학대당하지 않아야 하며, 특히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는 동물은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동물에 대한 학대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생명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라는 관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지방법원에서 이뤄진 한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유정우 판사의 판결문이다. 이 판결은 동물학대에 대한 그간의 판결과 달리 벌금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정우 판사는 당시 검찰의 200만원 벌금형 구형보다 더 강한 징역형을 선고하며 "동물 학대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파장을 남겼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대한 표현부터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달라졌다. 마치 주인과 물건으로 보던 인식이 가족과 같은 존재로 해석되고 있다.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백화점, 대형 쇼핑센터, 커피숍 등이 빠르게 늘고 있고 펫푸드, 보험, 여행상품 등 관련 산업도 급성장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과 비반려인간 갈등, 반려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보는 사회 구조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반려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규정, 동물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가 부족해서다. 

실제로 전월세 계약 시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이유로 보금자리에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임대인이 반려동물을 기를 경우 세를 줄 수 없다고 거부하거나, 계약서에 반려동물 동거 불가 조항을 특약사항으로 넣는 경우가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는 반려동물을 임대인 몰래 키우다 쫓겨나거나, 계약 종료 시 도배·장판 등의 원상복구 비용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거절을 위해 반려동물의 주택 전부 또는 일부 파손을 꼬투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임차인은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승차거부 등 갈등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의 운송·관리 규정이 없어서다. 대중교통의 경우 분쟁을 피하려면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에게 합리적인 규정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시 반드시 이동장에 반려동물을 넣어 이용하도록 한다. 만약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반려동물에 의해 타인이 피해를 볼 경우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규도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을 위해 반려동물 전용칸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증가하기 시작한 펫보험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펫보험을 선보이며 고객 선점에 나섰지만, 여전히 보장은 적고 비용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표준화도 시급하다. 경상남도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진료비 자율표시제 시행에 나선 것이 그나마 긍정적이다. 치료 전에 의료비가 공개되는 만큼 진료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평가다. 다만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을 낮추지는 못해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연초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반려동물3법'(보험업법, 수의사법, 동물보호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제3보험에 사람의 질병 외 '동물에 발생한 사고'를 추가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소속으로 동물의료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동물진료 표준비용을 연구·조사하고 동물의료 민간보험제도에 관한 사항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동물의료제도에 관한 사항을 포함했다. 

김병욱 의원은 "반려인들이 느끼는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담이 높지만 법적·제도적 정비가 미비해 해당 법안들을 발의했다"며 "관련 제도의 정비로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의 진료비 부담을 해소하고 건강권을 지켜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맹견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시설, 공원 등의 장소에 맹견의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존에 맹견의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로 지정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교육시설 외에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어린이공원 ▲어린이놀이시설 등을 출입 제한 장소로 추가했다.

또 동물보호법령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 2월 12일부터 맹견 소유자는 맹견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목줄, 가슴줄 길이를 2m 이내로 제한하는 법도 내년 2월 11일부터 시행된다. 위반 시 5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 유기·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됐다. 학대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유기 시에는 3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벌금으로 강화됐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법무부는 '사공일가 TF'를 꾸리고 1인 가구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반려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하거나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반려동물 사후 문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도 시급한 문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의거 의료폐기물로 분류해서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아니면 동물보호법상 동물 장묘업체에 의해 화장 처리해야 한다. 과거처럼 뒷산에 묻었다가 적발되면 5만원의 범칙금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특히 공공수역에 버리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유 수면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항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을 사후 폐기물로 버리고 싶은 이들은 없다. 이에 최근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불법 업체가 난립했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는 이동식 소각로를 만들어 단속을 피하기도한다. 

동물장묘시설은 인근 주민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20가구 이상 인가 밀집지역,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운영을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 허가도 받아야 한다. 

합법적인 동물장묘시설은 영업장 내에 게시된 동물장묘업 등록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물장묘시설 모습./사진=뉴스1
동물장묘시설 모습./사진=뉴스1

이처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펫팸족이 빠르게 늘면서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미선 남원시의원은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 및 고령화에 따라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1인 가구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정서안정은 물론 외로움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최근 동물을 법률상 일반 물건과 구분하고 반려동물 압류를 금지하는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논의 중에 있다. 반려동물의 지위가 높아져 인간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적 분위기라 정착되길 소망한다"고 조언했다. 

정희선 일본 경제 칼럼리스트는 "미국과 일본에는 반려동물 대상 왕진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통원이 어려운 반려인을 위한 서비스다.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 상품에도 사후 반려동물을 길러줄 사람을 찾아주는 내용이 담긴다"라며 "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성숙한 사회문화가 낳은 서비스다. 한국도 사회변화에 맞춰 이러한 서비스가 개발·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가구는 2010년 346만가구에서 2015년 458만가구, 2018년 524만가구, 2019년 591만가구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638만가구를 기록했다. 

1인 가구의 경우 2015년 520만가구에서 2018년 585만가구, 2019년 615만가구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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