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50대 직장인 김성희씨는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목돈을 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개인사업을 하며 재테크에도 밝은 지인 A씨가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3월까지 가상화폐 투자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자신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결정한 투자였다. 가상화폐에 대해 무지했던 김씨는 지인의 추천에 따라 거래소와 투자할 가상화폐를 결정했다. 초기 1~2주는 투자에 성공한 듯 값어치가 치솟았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반전됐고, 불안해진 김씨는 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거래가 불통되면서 회수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 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중장년 1인 가구가 위험하다. 최근 펀드·채권·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노후자금으로 목돈을 쥐고 있는 중장년층이 타깃이 되면서 전 재산을 날린 사례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에만 50·60대 27만986명(중복계좌 포함)이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 예탁금만 1270억원으로 전체의 22.4%를 차지했다. 

20·30대의 전유물이었던 이른바 '코인 투자'에 중장년층까지 가세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은 목돈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보인다. 반면 가상화폐는 원금 손실 위험이 높고, 온라인 환경에서 시시각각 시세가 변한다. 중장년층에게는 낯선 상품이다. 

그런데도 중장년층이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100세 시대에 노후대책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이 부동산에서 주식, 가상화폐로 이어진 투자 열풍에 흔들리고 있어서다. 

근면·성실하게 일만 해서는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발표한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 <4대 인생과제편>'을 보면 현재 40대는 은퇴 예상시기로 평균 59.5세를 본다. 필수 생활비로 203만원, 충분 생활비로 352만원을 예상한다. 

그러나 1인 가구 중 은퇴와 노후를 준비하는 비중은 20%를 밑돌고 있다. 즉, 중장년 1인 가구는 보유 자산만으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힘들다는 불안감이 있다. 

여기에 주식·가상화폐 등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늘어나니, 지금이라도 재테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을 받는다.

중장년 1인 가구의 가상화폐시장 진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지인 등 비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높은 수익금을 앞세운 금융사기범들이 유동자산은 많으면서 가상화폐 환경을 잘 모르는 중장년층, 노년층을 노리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따르면 세계적 유명회사가 제휴사라고 선전하며 회원을 모집하고 수익은 돌려막기식으로 배분하는 경우, 상장이 불명확한 코인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한 경우, 회원모집 시 지급한 코인이 추후 거래가 금지돼 현금화가 어려운 경우 등이 주로 적발됐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하위 회원을 많이 모집할수록 상위 등급 회원에게 수당이 지급되는 다단계 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신규 회원을 데리고 오거나 실적을 냈을 때 수당 등을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주로 중장년층이 피해자다.

일례로 이혼 후 혼자가 된 50대 여성 A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모 코인에 투자해 위자료로 받은 노후자금 수천만원을 날렸다. 해당 지인은 A씨에게 모 코인이 곧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예정인데, 그전에 사모펀드처럼 소수 투자자에게만 먼저 코인을 판매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속였다. 그러나 해당 코인은 오히려 거래가 정지됐고, 알고 보니 지인 역시 또 다른 지인에게 속은 다단계 구조의 금융사기였다. 

가상화폐는 실제 화폐가 아니다. 정식 금융 투자상품도 아니다. 불법 가상화폐 거래소가 성행하고, 평가 기준도 없어 시세조작을 밝혀내기도 어렵다. 따라서 고수익의 유혹보다는 투자 위험성에 대한 인지와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가상화폐는 아직 판례상 금전이나 재화로 보지 않아 피해를 보더라도 사법기관을 통해 구제받기 힘들 수 있다"며 "투자 전 위험성이 없는지 충분히 알아본 후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장년 1인 가구는 노후 준비에 관심이 많다. 흔히 말하는 연금 3층탑(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외에도 연령, 소득수준에 맞춰 전문가를 통한 금융상품을 활용한다면 든든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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