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정확하게 몇 명?"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2020년 무연고 시신처리 현황'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현황자료 자체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월 10일 국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무연고 시신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총 2천880명이었다. 그런데 채 보름이 지나기 전인 3월 24일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받은 인원은 2천947명이었다.  67명이 늘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2019년 무연고 현황을 2천536명으로 제출했다가  올해 3월에는  2천656명으로 120명이 증가한 것으로  제출했다. 2018년 무연고 현황 역시 2019년 3월에는 2천549명이었으나 그해 10월에는 오히려 102명이나 줄어든 2,447명이었다.

보건복지부 무연고 현황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서울시 어르신 복지과가 중심이 되고 서울시립승화원,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그리고 의전업체인 해피엔딩 이렇게 4개 기관이 협력해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장례식을 지원하고 있다. 진행한 장례 인원은 협력 기관을 통해 매월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공영장례를 통해 장례를 치른 무연고 사망자는 665명, 보건복지부는  583명이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현황 자료와 정부 통계는 정책 마련의 토대가 되고 정책을 집행할 예산편성의 기초자료가 된다. 따라서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도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무연고 현황은 집계할 때마다 달라지고 있다.  결국 무연고 사망자 현황의 신뢰성은 훼손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전국 무연고 사망자 현황 집계의 신뢰도가 거론된다는 사실이 문제다. 이는 기술의 문제도 한국 정부의 역량의 문제도 아니다. 결국 무연고 사망자를 바라보는 보건복지부, 정부의 인식과 시각이 어떠한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해마다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이 '1인 가구 증가'와 '가족해체' 등과 연결된 사회문제이고 이러한 사회적 죽음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무연고 사망자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의 업무가 아니라는 인식과 시각을 반영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진=보건복지부
사진=보건복지부

 

실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관련 업무를 기초자치단체장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실무도 기초자치단체에서 진행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회 고영인 의원실에서 지난 2월 9일에 무연고 시신처리 현황자료를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는데, 꼬박 한 달이 지난 3월 10일에서야 보건복지부가 자료를 제출했다. 2014년부터 매년 국회는 보건복지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자료를 요청하면 그제야 각 기초자치단체에  자료제출을 요청하고 수기로 취합을 한다. 

대한민국 전자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UN이 발표한 2020년도 UN 전자정부 조사(UNITED NATIONS E-GOVERNMENT SURVEY 2020)에서 한국은 193개 회원국 중 전자정부발전지수 2위(1위 덴마크), 온라인참여지수 공동 1위(한국, 미국, 에스토니아)를 기록했다. 이 정도 전자정부 수준인 한국 정부의 보건복지부가 3천명도 채 되지 않는 현황을 집계하기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소요하고, 이를 위해 기초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국회의원 요청이 있을 때마다 서류 더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수기로 제출하고 취합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현실이다.

지난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발생현황 등을 포함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무연고 사망자는 기초자치단체를 통해 관련 업무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현황 집계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립사는 현재 판단 기준 그리고 업무 주체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매년 신뢰할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 현황자료를 집계하는 보건복지부가 고립사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