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일본은 2015년부터 1인 가구와 부부만으로 구성된 2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의 반을 (54.7%) 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반려 동물 관련 지출도 증가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 확산 후, 재택 근무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돌봐줄 여력이 없던 1인 가구 혹은 2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들이기 시작하며 반려동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반려동물의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예를 들어, 도쿄 내 위치한 한 펫숍에 의하면 무려 90만엔 (한화 약 920만원) 에 달하는 고가의 치와와, 100만엔 (약 1,030만원)이 넘는 푸들도 한 달에 1~2마리는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방지를 위해 영업 시간을 단축함에 따라 손님 수가 2019년 대비 약 60%로 줄어들었지만 반려동물의 단가 상승으로 인해 매출은 코로나 이전을 웃돌고 있다. 

반려 동물의 양육이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해 지출이 줄어들면서 여행 대신 반려동물에 지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일본의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2019년 1조 5,700억엔에서 2021년에는 1조 6,000억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중 최근 급증하는 서비스는 펫 보험이다. 일본에서는 1995년 반려동물 보험을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부터 펫 보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성장했다.  

펫보험은 펫 관련 시장 중에서도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확대되는 분야이다. 약 15개의 보험사에서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애니콤 손해보험사 (58%), 아이펫 손해보험사 (21%), 펫&패밀리사 (7%)의 3사가 전체 반려동물보험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후 대형 3사의 보유 계약 건수는 2020년 9월 말 기준 159만건으로 3월말에 비해 약 11.5만건 증가, 4~9월 기간 중 신규 계약 건수는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향상된 점도 있지만 최근 보험 가능한 반려동물의 종류가 증가한 점도 시장 확대의 요인이다. 아이펫 손해보험은 2018년 보험 가능 품종을 고슴도치, 다람쥐, 거북이 등으로 확대하였으며, 업계 1위인 애니콤 또한 뱀까지도 커버하는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더하여 최근 진료 결과의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보험료 설정의 기준이 되는 치료비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개, 고양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의 적정한 보험료를 설정하는 것이 용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보험회사의 채산성도 높아졌다. 

반려동물 보험과 함께 인기를 끄는 금융상품은 반려동물 신탁이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2013년부터 신탁상품이 개발되었다. 펫신탁은 주인이 사망하여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새로운 주인에게 자금을 주기 위해 체결하는 신탁계약이다. 특히 1인 고령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본인 사망 후 남겨질 반려동물을 걱정하며 펫신탁에 가입한다. 일본 내각부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60~69세 고령자 중 36.4%, 70세 이상 중 24.1%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신탁비용은 반려동물의 연령이나 병의 유무에 따라 다르나 평균적으로 사료비, 병원비, 장례비 등을 고려해 약 200만엔~300만엔 (약 2천~3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비영리 법인이 전문 신탁기관을 마련해 재산을 관리하거나 감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NPO법인이 취급하는 신탁 중에는 연령이나 병의 유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강아지 한 마리에 200만엔, 고양이 한 마리에 150만엔으로 비용을 나름 줄인 신탁도 등장했다. 최근 펫 신탁을 취급하는 회사도 증가하고 비용도 낮아지면서 신탁 가입이 쉬워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아직 10년이 채 안 된 산업이기에 신탁에 가입할 때는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의할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의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는 초기에는 식품을 포함한 펫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반려동물을 가족화하는 흐름이 강해짐에 따라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서비스, 보험 및 신탁 등 펫 관련 금융 서비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는 한국에서도 제품을 넘어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에 주목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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