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참여연대
사진 = 참여연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가 지난 21일 남인순 의원의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이종성 의원의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합·조정해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통과시켰다.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 선도적 제공기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2019년 서울·경기·대구·경남 등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된 뒤 2022년에 17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현재 전국 11개 시도에 설치됐다. 산하에 27개 종합재가센터를 두고 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가장 선도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9억원가량의 보조금을 제외하면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투입 예산 자체가 차이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노인과 장애인 돌봄을 위해 12개 자치구 종합재가센터를 개설, 335명의 돌봄종사자를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공립 어린이집, 데이케어 8곳도 신규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여기에 돌봄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전 종사자 정규직화, 서울시 생활임금 적용, 가족수당, 학비보조수당, 연차휴가수당, 연 최대 60일의 유급병가 사용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서울시에 국한된다. 다른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해 이런한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서비스원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운영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문제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과 충돌이다. 이미 수년째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앞두고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에서는 공공에 사업을 뺏길까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서비스원법은 2018년 20대 국회 때 처음 발의 이후 폐기,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재차 발의돼 11개월 만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법률안에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의 법적 근거, 사회서비스의 품질 강화를 위한 사항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사회서비스 기본계획 및 지역계획의 수립 근거, 시·도 사회서비스원 및 중앙 사회서비스원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사항 등이다. 

어렵게 법 제정을 코앞에 둔 사회서비스원법이지만, 시민단체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성 강화' 핵심 조항이 후퇴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공공이 과도하게 민간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며 지자체가 사회서비스 사업을 국공립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하게 하는 조항의 삭제를 요청했고, 결국 우선위탁 조건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위탁의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수정했다"며 "국민의 돌봄 받을 권리보다 민간의 이해관계에 우선하여 핵심조항을 후퇴시킨 국회를 비판한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책의 취지에 맞게 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은 국공립 사회서비스원 우선위탁 조건을 민간이 '기피'하거나 부족한 기관으로 제한한 부분이다. 

현재 법안대로라면 정부와 지자체가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을 설립하더라도 여전히 민간에 위탁되거나, 결과적으로 사유화되어 운영되는 기존의 문제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비스원법은 돌봄서비스 대부분을 민간에 위탁 운영하면서 각종 비리와 요양보호사의 노동 착취가 드러나면서 법률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실제로 2018년 5월 보건복지부가 장기요양기관 320개를 조사했는데 302곳(94.4%)에서 63억5800만원을 부당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 여기에 요양원 운영비로 벤츠 등 수입차를 타거나 골프, 해외여행, 나이트클럽, 자녀 교육비, 성형외과 수술비까지 내는 등 요양원장의 각종 전횡이 적발되기도 했다. 

심지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었다. 월 60시간 이하 근무 시 퇴직금 미지급, 4대 사회보험 미적용을 이용해 요양보호사들에게 월 59시간만 일을 시키거나 1년이 되기 전에 자르는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또 국가자격증을 가진 물리치료사에게도 시간제 호출근로로 최저임금에 맞춰 시급을 주는 등 불안정한 근로조건을 제공, 사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국민들은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받고, 돌봄노동 종사자들에게는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국회는 민간기관의 저항에 못이겨 돌봄노동자들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법안을 통과시켜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민간중심 사회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돌봄 서비스가 무엇인지 똑똑히 듣고, 이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사회서비스원 정책의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보완안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취지 훼손 없는 사회서비스원법의 통과를 위한 국회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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