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아빠가 MZ세대 딸에게 ⑤직장생활에 대하여

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

전 세계 직장인의 85% 이상이 가족기업에서 일한다고 한다. 딸의 예전 회사도 회장의 강력한 지배하에 자녀들이 자회사를 나누어 맡는 가족회사였다. 

어느 날 회장의 따님이 상무로 발령되어 내려왔다.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었다. 오너 회장의 조치였으니 누가 토를 달겠는가만은 문제는 상무가 관리자로서의 준비가 거의 안 된 사람이라는 것. 잘 돌아가던 업무가 꼬였고 직원들은 엉뚱하게 휘둘려 힘들어했다. 기획과 경영관리를 맡고 있던 딸애와의 부딪힘도 점점 많아졌다.

얼마 후 회사 창립기념일. 직원 모두가 동원되어 준비와 진행, 손님 응대에 바쁜 하루였다. 모두가 지친 저녁 무렵, 무슨 일인지 상무가 직원들 모두 모이라고 지시했다. 딸애는 중요한 손님을 응대하는 중이었다. 한참이 지나도 딸이 나타나지 않자 상무는 "말이 말 같지 않으냐, 피하는 거냐,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라며 화를 냈다.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꾸중을 한참 들어야 했다.
 
악덕 상사들은 직장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고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당당하다. 딸의 회사 상무가 그랬고 내 젊은 시절 미친개 상사도 그랬다. 딸은 "숨도 잘 쉬지 못할 만큼 힘들다"며 울었다. 그러나 내게는 일러줄 묘수나 비법이 없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 ‘그래도 견뎌라’라는 말이 자꾸 입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부당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계속 깔려 있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딸과 나 사이에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차이, 꼰대와 MZ라는 세대의 차이, 30년 넘게 변한 직장의 환경 등 쉽지 않은 장벽들도 있다.
 
한참 고민하다가 궁여지책으로 나의 경험을 돌아보며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조금 둔감해져도 된다. 

똑똑하고 예민하고 민첩한 사람보다는 좀 뻔뻔하고 자기중심적이며 혼이 나도 잠시 후면 아무 일 없는 듯 능청스러운 사람이 직장생활을 더 잘 견딘다. 꾸중이나 압력, 스트레스를 상처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상사 중에는 나이만 먹었을 뿐 덜 성숙한 사람이 많다. 욕심 많고 성질 급하고 자기 생각만 하는데 표현은 거칠고 서투르다. 그렇게 자기중심적이고 심술궂은 철부지의 투정은 마음에 두지 말고 흘려들어도 괜찮다. 살짝 표정 관리와 함께.

둘째, 상사는 다 같지 않다. 

요즘 MZ세대는 상사를 '아재'와 '꼰대', '개저씨'로 구분하기도 한다. 살짝 올드하고 가끔 말이 안 통해도 마음 좋은 아재도 있고 답답하게 고집 세고 자기 말 들으라며 스트레스를 주지만 나쁜 의도는 없는 꼰대도 있다. 문제는 사람을 도구 취급하면서 강요하고 착취하는 개저씨다. 그들은 만만해 보이면 짓밟고 휘두른다. 쩔쩔매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목소리를 더 키우며 거칠게 행동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개는 섣불리 잡으려면 물릴 수 있다.

셋째,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하지 못한 말이 쌓여 썩으면 한이 된다. 대나무 숲에 가서 소리라도 지르는 것이 좋다. 내게는 낚시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물가에 앉으면 머리가 비워지면서 기분이 전환되고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운동, 친구, 수다, 취미생활도 도움이 크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나만의 방법과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화났을 때 마신 술은 독이 되어 몸속에 쌓였다.

넷째, 나쁜 사람은 분명히 있다. 

사람을 도구로 여기고 소모품 취급하는 상사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다. 그도 나 같겠지, 노력하면 언젠가는 나를 사랑하겠지 생각하며 참아도 상처만 돌아온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신을 지키고 상처를 덜 받는 것이 낫다. 개저씨보다 더 높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 또는 집단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개저씨는 슬쩍만 보여줘도 약발 받는다. 칼집 안에 있는 칼이 더 무서운 법이다.
 
다섯째, 화를 조절하면 더 지혜로워진다.

사람은 위협을 받으면 맞서기, 피하기, 굴복해서 적응하기 중 하나를 선택한다. 좋은 대응은 주변의 상황과 나의 상태, 나의 목적을 모두 고려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허리를 세운 채 낮은 문지방을 지나다가 이마를 찧곤 한다. 허리를 숙이면 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능굴능신(能屈能伸)-성숙한 사람은 유연하다. 충돌과 상처, 피해를 줄이는 좋은 방법은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화가 난다고 느껴질 때마다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려고 노력하면 실수가 줄어든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가끔은 잘하고 있다고 누가 말해 주면 좋겠다’라는 글을 접했을 때 요즘 젊은이의 마음 같아서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의 선배와 상사가 그렇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들은 살기에 바쁘고 역할에 매달리느라 우리를 종종 아프게 한다. 고의가 아니라지만 이미 우리는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다. 자신을 지키면서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마음을 연구하는 곳 나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필요한 분은 언제든 메일(hjkangmg@hanmail.net)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소개]
나음 강한진 소장은 경북대학교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상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국내 기업에서 엔지니어와 관리자 경험을 쌓고 지금은 나음연구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대인관계와 소통, 특히 갈등을 긍정적인 계기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지혜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가정과 학교, 청년에게 있다고 믿으며, 가족의 평화와 학교(교사-학생-학부모)의 행복, 청년의 활력을 키우기 위한 일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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