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사진=뉴스1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사진=뉴스1

"노인시설이 다시 문 연다니까 좋죠. 아이고 혼자 지내니까 밥맛도 없고 할 것도 없어. 아주 속이 답답해 속병이 더 날 뻔했어. 나부터 항상 조심해서 이제 시설 안 닫게 해야지요" 

서울 종로에 위치한 탑골공원 담벼락 벤치에 앉아 있던 독거노인 권용자(76.가명)씨는 코로나19 지속세로 문을 닫았던 노인복지관이 오는 6월 1일부터 다시 개방된다는 소식에 미소를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외감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반응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경로당, 주민센터, 노인복지관 등의 운영방안을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노인복지관 394개 중 230개(58%)가 운영하고 있는 반면에 나머지(42%) 기관은 휴관 중이었다. 아울러 전국 경로당은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4만5612곳(67%)이 휴관 중이었다. 노인시설은 마스크와 인원 기준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 실내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에 취약한 노인층의 확산방지를 고려해 대부분의 노인시설이 휴관했다.

시설들이 줄줄이 휴관하자 '코로나 블루'를 겪는 독거노인이 급증했다. 독거노인은 노인시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같은 연령대의 노인을 만나면서 사회관계망과 고립을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시설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이들의 고립을 해소할 유일한 방법도 점차 없어졌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0'를 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지난해 기준 총 159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노인 인구 중 19.6%다. 2000년 16.0%, 2005년 17.3%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어 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참여한 독거노인 2416명 중 730명(30.2%)이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중 다인 가구 노인에 비해 독거노인은 질병관리에 소홀하고 정신건강도 매우 취약해 심각할 경우 독거노인 '자살' 이나 '고독사'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 전반의 독거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취약해져 있다. 이에 정부는 노인의 사회관계망 활성화를 위해 휴관 중인 노인복지시설을 재개하고, 마스크 착용, 환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시설 재개 이후 방역적 위험성이 우려되는 경우 1차 접종자, 예방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예방접종 완료자로 구성된 시설이나 소모임은 노래교실, 관악기 강습, 음식 섭취 등이 허용된다.

노인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부강사는 예방접종 확인서 또는 2주 이내 PCR(유전자증폭)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고령층은 사회와의 단절로 인해 고립, 우울감을 겪을 확률이 높아 사회적 보호 기능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노인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은 내일부터 시행하고 7월 1일까지는 전체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등이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추가적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미집행된 부대경비 (1인당 13~18만)를 활용해 1차 접종자와 예방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문화 활동(영화관람, 야외활동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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