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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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에 한 기업 물류창고 관리를 맡은 김상혁(39)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 거래 관계로 자주 보던 A사의 직원 B씨가 창고 안에 보관하고 있던 물품을 훔친 것이다. 혼자 평택에 내려와 설던 김 씨는 B씨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종종 저녁을 함께 했다. B씨는 자연스럽게 A씨를 만나며 창고에 드나들다가 물품을 절취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수사 결과 CCTV에 덜미를 잡힌 B씨는 황당하게도 김씨의 부주의가 물품을 훔치게 된 원인 중 하나라며 손해배상액을 감경해 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고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나눠야 할까? 판례는 감시의무 소홀을 과실 상계의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본다. 

과실 상계는 채무 불이행에 관해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 법원이 손해 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해야 한다는 조문이다. 

민법은 피해자에게도 손해의 발생 또는 손해의 확대에 대해 잘못이 있으면 손해 배상의 책임 여부를 정하거나 금액을 정할 때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정차 위반 구역에 주차된 차량과 사고가 난 경우다. 교통사고의 귀책사유는 가해자에게 있지만, 피해자 역시 손해의 발생 단계 또는 확대에 있어 과실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은 피해자가 과실이 있으면 자기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손해는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에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또 "이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의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해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며,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대법원 2106. 4. 12. 선고 2013다 3113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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