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떠오르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는 고령자들의 모빌리티 즉, 이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약 3,600만명 가운데 500미터 이상의 보행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은 약 1,000만명으로 대략 3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이에 더하여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들고 활동 반경은 좁아졌다. 일본에서 2020년 8월, 전국의 6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2020년 4월 이후 주 5일 이상 외출한 사람의 비율은 1년전 대비 35% 감소했으며 친구나 친척을 방문한 횟수 또한 76%나 줄어들었다. 고령자의 외출이 줄어들면 치매가 진행되거나 노화가 빨라지고 심신이 쇠약해질 리스크가 높다. 

실제로 시니어 보행 곤란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확산 이전에 비해 ‘몸이 쇠약해졌다고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은 50% 이상에 달했다. 

일찍부터 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은 고령자의 모빌리티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비즈니스 찬스를 발견하는 기업들도 있다. 

스타트업 윌(WHILL)은 전동 휠체어를 개발하는 벤처 회사이다. 최신 모델인C2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휠체어 디자인이 아니라 근미래적인 디자인을 채용하여 멋있는 의자와 같은 느낌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옴니휠 (전방위 타이어)에 의해 작은 회전이 가능하며 5센티미터의 계단 정도는 쉽게 넘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본래 걷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니어 세대 1,000만명을 대상을 타깃으로 하여 ‘도보 이상, 자전거와 자동차 미만’의 이동수단으로 포지셔닝한 전동 휠체어이다. 하지만 일본 국내 시장에서의 연간 판매대수는 약 2만 5천대 정도로 윌이 타깃으로 한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1,000만명에는 한참 못 미치는 미미한 숫자이다. 

473,000엔 (약 500만원)이라는 고가격, 그리고 언젠가 입원을 하거나 전문 간병 시설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고령자들의 휠체어 구매를 저지하는 요인들이다. 윌은 좀 더 많은 고령자들이 전동 휠체어를 사용함으로써 더욱 자주 외출하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최근 렌탈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4월부터 매달 14,800엔 (약 15만원)의 요금으로 전동 휠체어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이며 처음 휠체어를 받는 경우에는 전문 스태프가 방문하여 조작 방법을 설명한다. 윌은 대여 전문업자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함으로써 월 1만 4800엔까지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윌의 사장인 스기에씨 (杉江理氏)는 “지금까지 전동 휠체어는 필요하지만 공급 방법이 한정적이었다. 따라서 필요한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담없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해 나간다”며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한다. 

자, 그럼 윌이 의도한대로 전동 휠체어가 정말로 고령자의 외출을 촉진하고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것인가.

2020년 9월~11월, 경제산업성은 윌과 스즈키의 전동 휠체어를 사용해 총 55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주일간 평균 외출 횟수가 실험 전에 비해 14% 증가했으며, 참가자의 84%가 ‘내가 나가고 싶을 때 외출할 자신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1회 외출당 평균 주행거리는 1.7km였으며 고령자가 방문한 곳은 지역의 이벤트나 집회소, 병원, 쇼핑 등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혼자서도 짐을 옮길 수 있는 점, 외출시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점, 언덕길도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 등을 메리트로 꼽았다. 앞으로 전통 휠체어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서는 보행이 쉽지 않은 고령자의 90%가 장래 이용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다만 과제도 드러났다. 실험 참가자의 70%가 ‘길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 (좁다, 계단이 있다)’를 과제로 들었다. 전동 휠체어는 도로 교통법상 보행자로 취급되므로 보도를 이용한다.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앞으로는 전동 휠체어가 이동하기 쉬운 도로 공간의 정비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생활반경이 좁아지며 근거리 이동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한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으며 고령자 중에는 자전거나 자동차를 이용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다. 전동 휠체어를 적당한 가격으로 렌트해주는 구독 서비스는 한국의 기업들도 바로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팬데믹를 겪는 지금 전동 휠체어는 고령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수단이 될지도 모르겠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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